어떤 세계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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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큰 홀. 꾸며진 화려한 장식들이 눈에 들어오고, 정면에는 커다랗게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은 '합창대회' 라고 적혀 있었다. 사람이 많은 장소였으니 시끄러운 건 당연했으나 그 시끄러움을 뚫는 더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아야요 에루. 그가 손가락질을 해대며 비웃고 있는 대상은 타카나시 사요였다. 주위 사람들이 무난한 정복을 입고 온 것에 비해, 그야 보통 '드레스'라고 하는 것에 빗대자면 아주, 아주 얌전한. 조금 특별해 보이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드레스 복장을 사요가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 웃어."
"으하하하핫...! 아, 하아... 아, 아, 씁... 으흑.... 진, 진짜, 그걸, 믿, 아, 아... 눈물나 미친..."
"애들도 많은데 욕도 그만하고."
"미친이 왜 욕이야?"
"진심으로?"
"진심으로."
가볍게 이마를 꾹 누르면서 스트레스를 참는 사요를 보던 에루는 천천히 숨을 내쉬고 고인 눈물을 닦아냈다. 코에랑 장난삼아 걔 이번에도 평범한 옷 입고 올 테니까, 다른 옷 좀 입히자! 라며 이야기했던 것이, 정말로 코에가 말했다고 드레스를, 그나마 좀 얌전해 보이겠다고 최대한 평범해 보이는 것을 고르고 골랐을 걸 생각하면 다시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앞에서 네 입버릇은,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요의 말을 가볍게 흘러 들은 에루는 어깨를 으쓱였다. 사람 버릇은 쉽게 못 고치지.
"그럼, 드레스를 입었으니 내가 에스코트를 해줘야 하나?"
"안 해도 괜찮아."
"너는 아직도 날 모르는구나, 그렇게 말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지."
"얼마나 더 알아야 제어가 되는데?"
"글쎄?"
주위에서 쳐다보든 말든,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로 왼손을 가슴 위에 올린 에루는 오른손을 마치 텔레비전에서 흔하게 보던 에스코트를 건네던 남성들의 포즈로 손을 내밀었다. 가볍게 고개를 숙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요의 작은 한숨 소리에 웃음을 꾹 눌러 참느라 어깨가 떨렸지만. 왼손을 기꺼이 에루의 손바닥 위로 올려놓으면, 금방 자세가 풀리고 평범하게 손을 깎지 껴서 잡고 내렸다.
"...그래도 넌 왕자님은 아니야."
"엑, 왜?! 야, 네가 공주면 난 왕자여야지."
"공주님이 키우는 강아지, 정도."
"물려볼래? 응?"
"... 나 아직도 잇자국 남아있어."
"그게 ㅇ, .... .... ... 아오ㅆ, 으읍...!!"
에루의 머릿속 로딩창이 로딩이 끝나자마자 붉게 물든 얼굴에서 터져 나오는 한마디의 욕설을 사요는 자연스럽게 다른 손바닥을 뻗어 막는 것으로 이 평화로운 합창대회를 유지시키는데 성공했다. 완벽하게 읽힌 에루가 뭐라 소리치는 걸 열심히 막아내면 손가락을 한번 가볍게 물리는 것으로 끝났다. 사요는 어쩐지 에루의 화질이 언제나처럼 떨어져가는 걸 느끼다가, 누가 다가오면 조금 안심한 표정이 됐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유라가 돌아왔다.
"응? 우리 딸, 왜 이렇게 얼굴이 빨개졌어. 어디 아파?"
"안 아파! 빨리 들어가기나 하자."
"오셨어요."
"아~! 둘이 또 손잡고 있고! 우리 딸은 절대 안 내어줄 거니까! 엄마랑 더 있을 거지?"
"내 미래는 알아서 하고, 아니, 애초에 미성년자니까!"
"에루가 벌써 독립하려는 거 같아서 서운해~"
아니라니까! 라며, 에루가 한 번 더 소리치고 결국 유라의 손도 잡아 양손에 두 사람의 손을 잡은 후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가장 맨 앞자리. 여전히 자리에 앉아도 손을 잡고 있는 상태로, 단순한 에루는 금방 그 모든 걸 잊고 코에 녀석, 틀리기만 해봐라. 하면서 악당의 표정이나 지으며 합창대회가 시작하길 기다렸다. 간단한 설명이 이어지고, 합창대회가 천천히 순서대로 진행됐다. 누군가의 계획이 엮여 있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죽는 것도 아닌, 그저 평화롭기만 한 합창대회. 코에의 순서가 되어 등장했을 때는, 제대로 놀릴 것처럼 굴던 에루가 더 긴장한 것처럼 진동하기 시작해서 그걸 달래는 사에가 잠깐 웃었다. 대회가 끝난 뒤 수상이 이어지고, 사진을 찍을 때. 동상을 받아 아쉽긴 하지만, 즐거웠다고 말하는 코에를 보고 내가 저것들 금상 뺏어올까? 하면서 달려갈 준비를 하는 에루와 응원하는 유라, 기겁하면서 말리는 코에와 사요.
"아, 진짜 뺏어올 수 있었는데."
"괘, 괜찮아요...! 이번에 다들, 열심히 했고... 다음도 있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너 나올 때 완전 굳어 있더라? 뻣뻣하게 굳어서 말이야~"
"아, 으아..."
"코에 좀 그만 놀려."
"그 잠깐 사이에 그걸 캐치한 날 칭찬해야지."
"응응, 우리 에루 대단하다~"
"유라 씨도 참..."
"우리 엄마가 내 편드는 게 뭐가 나쁘지?"
"그렇지! 우리 딸인데!"
가볍게 네 명이서 뒤풀이를 즐기고, 코에는 잠들어 집에 데려다주고 유라가 그럼 눈치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 빠져줄게! 라며 가고 나서, 아니라고 하면서 난리 치는 에루를 한 번 더 말리고 난 뒤의 근처 공원의 의자에 앉아 노을 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문득 에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도, 그... 드레스 잘 어울려."
"고마워. 좀 어색했는데, 다행이네. ... 다음엔 네 드레스도 보고 싶어."
"ㅁ, 무슨, 야, 우리 아직 성인 되려면 멀었거든?!"
"......?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이것처럼 평범한 드레, ㅅ... 아. 설마."
".... ... . 아니야!"
에루가 생각한 걸 말하려는 사요의 입을 에루가 두 손으로 막아버린다. 아무렇지도 않아 하면서도, 곧장 이런 말에는 얼굴이 잔뜩 빨개져서는 씩씩 거리는 모습에 결국 사요의 웃음이 먼저 터져버렸다. 왜 웃냐?! 왜 웃냐고!! 하고 날뛰는 에루를 보면서도 큰소리로 웃어젖히는 사요를 보고 있다 보면 에루도 진정하긴 했지만, 삐딱한 자세로 의자에 다시 털썩 앉았다.
"그것도 보고 싶긴 해."
"으느르그 흣드..."
"정말?"
"아직 멀었잖아."
"미래를 상상하는 것도 좋지. 어쩐지 그게, 정말 행복한 거라고 느껴져서."
"네, 네, 아주 대단한 몽상가 납셨네."
"에루, 이리와."
이 말이 언제부터, 그런 신호의 말이 되었는진 모르겠다. 진정시키려고 항상 했던 말인데. 강아지에게 손, 따위의 재주를 배우게 한 기분이라 웃음이 터지려는 걸 애써 참아낸 사요가 제게 몸을 돌려 다가온 에루에게 입을 맞췄다. 부끄럽다는 듯이 자신의 옷을 꽉 잡고 늘어트리며 어깨에 얼굴을 묻는 습관을 가볍게 끌어안아 받아줬다.
"집에 갈래?"
"유라가 일찍 들어오랬는데..."
"조금만 있다가 가."
고민하듯 머리를 꾹꾹 어깨에 누르는 에루를 토닥이다 보면 금방 허락은 떨어졌다. 해가 진 저녁,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둘. 평범하게 순간 이동 게이트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에루에게 상상력이 좋다고 말하는 사요의 언제나와 같은 일상이 이어진다. 언제나,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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