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내는 생일

“오늘 늦게 와?”

“아니, 제시간에 올 거야. 왜?”

“우리 아들 보고싶어서 그러지.”

 쪽. 일부러 소리나게 현관문에서 입을 맞추고 나면 건우는 출근하고, 이 집에 자신만이 남았다. 평소라면 졸린 몸을 이끌고 다시 침대로 들어가 자버리겠지만, 오늘은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다. 바로 건우의 생일! 작년에는 몰랐으니까 못 챙겨줬다지만, 올해는 챙겨줄 생각이다. 게다가 아버지에게 당하고 산 걸 들어보면 생일이라고 챙겨준 적도 없어보이고. 정말 그 바닥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니까. 아들이자 남편 옆에서 조신하게 아내로 사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이레리스 다닐 때보다도 더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어젯밤에도 봐, 어…. 이 나이에도 아직 건강하다니까, 떠올린 것만으로도 이렇게 되고, 건우 없이도 잘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아무튼, 조금 힘이 빠졌고! 생각보다 혼자서 하는 게 힘들어서 헛된 시간을 조금 많이 써버렸지만! 슬슬 나가야 했다. 늙은이 생일 굳이 챙겨봤자 뭐하나 해서 내 생일도 오랫동안 챙기지 않았지만 우리 아들의 첫 생일파티라는데 조금은 꾸미는 게 좋겠지. 생일파티랍시고 술이나 마시던 어떤 나날들과는 다르게 정말 정석적인, 평범한 가정에서나 챙기는 생일이 조금 기대 되었는지 예약한 케이크를 사러 빵집에 들릴 때나, 건우가 잘 먹는 음식을 하러 슈퍼에 들릴 때마다 ‘무슨 좋은 일 있어요?’ 하고 묻는 사람들 때문에 아들 자랑을 하느라 예상한 시간보다 더 오버됐다. 참, 자식 둔 사람들이 그렇게 자식 자랑 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생기니까 이해를 하게 된다.

 집에 도착해서 케이크를 냉장고에 잘 두고, 건우가 잘 먹는 음식과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섞어 준비해둔 다음에 풍선을 몇개 불어 부엌에 장식해두니 생각해보다… 안 어울리긴 했다. 다음번에는 하지 말아야지. 해피 버스 데이, 라고 적힌 글자 풍선을 끝까지 고민하다가 안 샀는데 역시 안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선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야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일 선물. 생일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정말 오랜시간 고민했다. 무언가 사주자니 건우가 맞춤으로 이미 다 사뒀을 것만 같고 물론 내가 사준 거라면 그걸로 들고 다녀줄까…? 하고 생각해봤지만 자신이 쓰는 돈은 결국 건우의 돈이니 쓰기 애매했다. 그래서 결론은… 좀 많이 유치하고 부끄러운 짓이지만….




“짠- 우리 아들 생일 축하해!”

 그래, 맞다. 스스로의 목에 커다란 리본을 달았다. 건우한테는 내가 제일 큰 선물 아닐까? 이미 건우의 소유지만, 그래도, 그…. 건우가 들어 온 순간 폭죽을 터트리며 환영하자 현관문에서 가만히 있는 건우를 바라봤다. 아직은 표정 읽기가 어렵단 말이지, 뭔가 반응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결국 부끄러움을 참다 못해 시선을 피하고 몸을 부엌쪽으로 돌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으, 케이크도 있고! 네가 좋아하는 음식도 해놨어. 물론 내가 좋아하는 게 조금 더 많지만, 생일 선물은 뭘 해줘야할지 모르겠어서 ㄴ, 나고. 뭐, 뭐부터 할까? 케이크에 불 붙이고 노래부터 부를까?”

“내가 정해도 돼?”

“그럼! 생일자가 정해야지!”

“그럼 선물부터.”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는 때에 붙잡혀 뒤돌면 아, 확실히 이번에는 표정이 확 눈에 들어왔다. 기뻐하고 있구나. 왜이렇게 이 순간이 벅찬지. 너에 대해 알아가는 순간들이 매번 좋았다. 자신을 줄에서 내려서 바닥에 내려준 네가 좀 더 기뻐했으면, 더 많은 일을 경험했으면,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갔으면. 그것을 자신과 앞으로 함께 할 거라는 생각에 울컥해 눈물을 잠깐 훔치고 눈을 뜨면 그새 현관문에서 침실로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자, 잠시만! 아들! 음식 식을걸? 선물은 나중에 까자!”

“생일자 마음대로라고 했으면서, 거짓말 하는거야?”

“그건 마, 맞긴 한… 으악!”

 결국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게 된 건 그 다음날이었다. 그래도 고깔모자를 쓴 아들 사진도 찍었고, 역시 생일 기념 앨범을 따로 만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년 생일 선물은 좀 더 고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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