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나나비 나비의 미련 (파판14 황금의 유산 스포일러)
모르포
25-09-03 04:08
3
영원인을, 자국민을 지키고 싶다는 스펜을 뒤쫓아 도착한 곳은 정말로 요카후이족이 꿈을 꿨던 낙원이었다. 아이도, 노인도, 그 누구도 슬퍼하지 않고 행복하게 영원히... 영원히 살아가는 낙원. 황금빛으로 이뤄진 낙원. 그곳에서 죽은 사람의 기억을 이어받은 재현체들은 살아가고 있었다. 어떤 별에서 살고 있던 이들은 영원히 살 수 있게 되었음에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황금빛 괴물을 만들어 그 빛에 휩싸여 죽어버렸는데. 이 낙원을 찾으려던 이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을 텐데도, 이들은 짧은 생이 짧게 끝나지 않도록 레귤레이터로 타인의 영혼을 세탁한 것을 사용하고, 사용하고, 사용해서 생의 끝까지 매달리다가 황금빛 낙원에서까지 생을 이어가고 있었다.
영원인들은 각자의 미련이 있었다. 특히 어떠한 사람을 만나는 건 운명처럼 재회하는 게 아니라 미련에 맞춰서 터미널에서 재현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 그들은 여기서도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거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아파트를 올려다봤다. 이곳에 있는 모든 집에 영원인들이 살고 있었다면, 이곳에 있는 영원인의 수는 셈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테다. 정말로, 다른 거울 세계 하나의 생명력을 겨우 끌어모아야 다시 영원인들이 텅 빈 아파트를 채울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은 우리가 황금향의 빛을 꺼트릴 생각으로 왔다는 걸 어림짐작 하는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그 누구 하나, 우리를 말리는 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황금향을 유지하는 건, 유지하고 싶은 건, 재현된 스펜의 미련? 아니면, 스펜을 만들어낸 이들의?
“혹시 넌 죽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어?”
“가장 먼저, 눈앞에 있는 당신이 떠올라요. 그라하.” 라고 하면 붉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부끄럽다는 얼굴을 지을까, 아니면 나를 걱정시켰다는 사실에 미안하다는 얼굴을 지으며 사과를 건넬까? 황금빛의 낙원을 걸으면서 하나하나 떠오른 사람들의 이름을 되새겨본다. 자신의 재능이 뛰어난 걸 알고 더욱 화려한 삶을 살 거라며 환술봉을 붙잡고 뛰어나온 모험가의 길은 처음에는 무척이나 수월했다. 그야, 재능은 정말로 뛰어났으니까. 환술을 접하고, 다른 마법을 익히는데 어렵거나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길에 첫 번째 피가 흘렀다. 새벽의 등불이 처음으로 꺼진 날. 나의 친구, 노라크시아. 나의 첫 번째 미련. 길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뿔의 아이만이 익히던 백마법까지 터득한 모험가는, 두 번째 피가 흐르는 걸 목격한다. 문브뤼다. 사명이란 무엇인가? 희생이 사명이라면 왜 선인만이 그런 사명을 부여받지? 그 뒤로도 길에는 '영웅'을 위한 피가 흘렀다. 다른 세계의 영웅들, 오르슈팡, 이젤, 파파리모…. 소환술로 인해 새벽의 모두가 눈앞에서 사라졌을 땐 길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그리고, 8재해가 일어난 세계의 모두와 '수정공'. 하이델린, 베네스.…
황금향이라는 게 있었다면, 내가 그들의 기억을 이곳에 재현시킬 수 있었다면, 나는 과연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나의 미련을 이곳에 데려다 놓고 계속해서 영원히 살아가달라고 말을 하지 않았을까? 이 모든 게 그들의 죽음을 부정하는 짓임을 알고 있지만, 미련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놓아지지는 않는다는 걸 지금 눈으로 보고 있으니까. 그래요, 그라하. 저는 죽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더 오래 살아서 같이 있고 싶었어요. 내가 없었으면 더 오래 살아있었을 게 분명하다고, 내가 그 길 위에 서있지 않았으면 분명….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지키기 위해 과거를 미련으로 삼은 자들을 죽였으니, 이번에도 나와 반대되는 미련을 멈추러 간다.
하지만, 영원인을 위해서 타인의 생명력을 뺏는 스펜에게 8재해를 겪은 사람들의 시간선을 발판 삼아 이곳에 있는 내가 멈출 자격이 있을까?
그래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오래 살아줬으면 하니까.
현재는 미래가 되었고 미래는 과거를 만들었으며 과거는 다시 내가 있는 지금을 만들었으니까.
모든 별을 죽인 절망 앞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며 행복의 새를 만나고 왔으니까.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들은 물음이 기억난다. “너는 그 여정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곤돌라에서 들었던 대답은 어쩐지 황금향이 되어버렸지만, 역시 대답은 내 미련인 그들이 남긴 유산이 있는 이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는 게 아니었을까 한다.
영원인들은 각자의 미련이 있었다. 특히 어떠한 사람을 만나는 건 운명처럼 재회하는 게 아니라 미련에 맞춰서 터미널에서 재현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 그들은 여기서도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거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아파트를 올려다봤다. 이곳에 있는 모든 집에 영원인들이 살고 있었다면, 이곳에 있는 영원인의 수는 셈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테다. 정말로, 다른 거울 세계 하나의 생명력을 겨우 끌어모아야 다시 영원인들이 텅 빈 아파트를 채울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은 우리가 황금향의 빛을 꺼트릴 생각으로 왔다는 걸 어림짐작 하는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그 누구 하나, 우리를 말리는 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황금향을 유지하는 건, 유지하고 싶은 건, 재현된 스펜의 미련? 아니면, 스펜을 만들어낸 이들의?
“혹시 넌 죽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어?”
“가장 먼저, 눈앞에 있는 당신이 떠올라요. 그라하.” 라고 하면 붉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부끄럽다는 얼굴을 지을까, 아니면 나를 걱정시켰다는 사실에 미안하다는 얼굴을 지으며 사과를 건넬까? 황금빛의 낙원을 걸으면서 하나하나 떠오른 사람들의 이름을 되새겨본다. 자신의 재능이 뛰어난 걸 알고 더욱 화려한 삶을 살 거라며 환술봉을 붙잡고 뛰어나온 모험가의 길은 처음에는 무척이나 수월했다. 그야, 재능은 정말로 뛰어났으니까. 환술을 접하고, 다른 마법을 익히는데 어렵거나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길에 첫 번째 피가 흘렀다. 새벽의 등불이 처음으로 꺼진 날. 나의 친구, 노라크시아. 나의 첫 번째 미련. 길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뿔의 아이만이 익히던 백마법까지 터득한 모험가는, 두 번째 피가 흐르는 걸 목격한다. 문브뤼다. 사명이란 무엇인가? 희생이 사명이라면 왜 선인만이 그런 사명을 부여받지? 그 뒤로도 길에는 '영웅'을 위한 피가 흘렀다. 다른 세계의 영웅들, 오르슈팡, 이젤, 파파리모…. 소환술로 인해 새벽의 모두가 눈앞에서 사라졌을 땐 길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그리고, 8재해가 일어난 세계의 모두와 '수정공'. 하이델린, 베네스.…
황금향이라는 게 있었다면, 내가 그들의 기억을 이곳에 재현시킬 수 있었다면, 나는 과연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나의 미련을 이곳에 데려다 놓고 계속해서 영원히 살아가달라고 말을 하지 않았을까? 이 모든 게 그들의 죽음을 부정하는 짓임을 알고 있지만, 미련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놓아지지는 않는다는 걸 지금 눈으로 보고 있으니까. 그래요, 그라하. 저는 죽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더 오래 살아서 같이 있고 싶었어요. 내가 없었으면 더 오래 살아있었을 게 분명하다고, 내가 그 길 위에 서있지 않았으면 분명….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지키기 위해 과거를 미련으로 삼은 자들을 죽였으니, 이번에도 나와 반대되는 미련을 멈추러 간다.
하지만, 영원인을 위해서 타인의 생명력을 뺏는 스펜에게 8재해를 겪은 사람들의 시간선을 발판 삼아 이곳에 있는 내가 멈출 자격이 있을까?
그래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오래 살아줬으면 하니까.
현재는 미래가 되었고 미래는 과거를 만들었으며 과거는 다시 내가 있는 지금을 만들었으니까.
모든 별을 죽인 절망 앞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며 행복의 새를 만나고 왔으니까.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들은 물음이 기억난다. “너는 그 여정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곤돌라에서 들었던 대답은 어쩐지 황금향이 되어버렸지만, 역시 대답은 내 미련인 그들이 남긴 유산이 있는 이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는 게 아니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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