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도] 족쇄
모르포 25-09-03 15:59 1
- 동양풍 고증 없음 그런 거 모름 오메가버스인데 동양풍이라 알파 베타 오메가 사이클 십이지신에 맞춰서 인 자 묘 주기로 바꿈.
- 왜 호랑이 쥐 토끼냐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무희들이 화려한 날개옷을 휘날리며 춤을 추고, 잔치에 초대된 이들이 각자의 세력에 맞게 흩어져 이야기를 나눈다. 술과 맛있는 음식이 잔뜩 차려져 있음에도 아무도 그것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이 잔치의 주인이 도착하지 않아서? 그렇지 않다. 이미 이 잔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유약한 왕은 왕좌에 앉아 자신이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두 번째 왕비와 있다. 초조한 눈빛을 애정으로 견뎌내보려고 하나, 구렁이보다도 더 영약 한 자들은 이미 왕에게서 불안을 읽어냈다. 권력을 갖지 못한 왕. 허수아비와도 같다고 하는, 그저 왕족 대대로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인(寅)’으로 태어나는 특성 때문에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자. 나비국의 26대 현왕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24대 왕부터 이 나라의 왕은 권력을 갖지 못했다. 왕의 자리에 앉지 않았기에 왕보다는 낮지만 그럼에도 감히, 이곳의 모든 이들보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24대 왕의 형제인 김근하가 권력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왕족으로 태어나 가지고 있던 돈으로 상단을 꾸리기 시작해 나비국의 양지와 음지 모두, 근하의 손아귀에 있다고 말해도 전혀 거짓이 아닐 정도로 키워냈다. 정 씨 가문의 여인과 결혼을 해서 아이를 하나 낳고 나서 무언가 문제가 있었는지 부인이 도망쳐버렸다고는 하나 그 소문을 멋대로 입에 올릴 간이 큰 자는 없었다.

 무희들의 움직임이 멈추고, 악기가 소리 내는 걸 멈췄다. 잔치장의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이는 왕의 첫 번째 왕비였다. 검은색의 곱실거리는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어 올리고 가장 값진 옷감으로 지어 올린 옷을 입었으며 왕도 걸치지 못할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으로 한 장신구를 걸친 채로 화려하게 웃으며…. 그리고 그런 왕비의 곁을 지키며 들어오는 자는 녹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이였다. 마찬가지로 값진 옷감의 옷이었지만 값진 걸 구분하지 못하는 자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수수한 분위기를 풍기는 옷을 입고 있었다. 장신구도 적당히, 이 자가 이곳에 들어올 자라는 걸 알릴 정도의 값진 것들이 걸쳐져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아무도 그 자에게 멋대로 할 자는 없었다. 녹색의 머리카락은 이 자가 김근하의 유일한 외동아들임을 알려줬으니. 김근하는 부인이 도망간 이후로 두 번째 부인을 들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근하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이상은 나비국의 막대한 부와 권력이 넘어갈 곳은 이 자이라 다들 믿었다.

“왕비께선 역시 왕이 아닌 저 자를 선택하셨는가.”

“예끼, 이 사람아. 괜히 입 놀리지 말게. 죽고 싶은가?”

“하나…. 아무리 권력을 탐한다고 하더라도 궁에서 열리는 잔치에 저 이와 같이 들어오다니.”

 세력들끼리 나뉘어 이 상황에 대해서 입방아를 찧어대는 모습에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첫 번째 부인, 하도는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건 하도의 옆에 선 근하의 아들, 근우도 마찬가지인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결국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야,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는데 정말로 괜찮은 거 맞지?”

“그럼, 내 계획에 문제가 있을까. 왜? 이제 와서 질투나? 내가 다른 ‘인’을 꼬신다고 이 짓거리 하고 있는 게?”

“세상 할 게 없어서 네게 사랑받는 걸 질투할까.”

“내 선택을 받았다는 것으로도 영광스럽다 여겨야지. 웃어, 김근우.”

“네, 네. 왕비님께서 명하신다면 기꺼이.”

 잔치의 진정한 주인이 왔으니 허락의 의미가 담긴 하도의 손짓에 악사가 흥겨운 소리를 만들어냈고 무희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잔치가 시작된 이래로 삭막하기만 했던 분위기는 들뜨기 시작했고, 다들 술과 음식에 손을 가져가며 잔치는 떠들썩한 분위기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이곳에서 아직도 삭막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건, 하도와 근우의 발걸음이 멈춘 왕좌의 앞이었다. 근우는 왕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지만, 하도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그저, 환하게 웃으면서 가장 사랑스러운 걸 보는 눈으로 왕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미 엮일 대로 엮여버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관계에서 외부인이라 주장하는 근우의 시선에선 겁에 질린 불쌍한 왕만이 보였지만 말이다.

“왕이시여, 제가 왔습니다. 저 아이와 잔치에 입장하신다고 하셔서 저도 급히 같이 입장할 이를 구해오느라 늦어버렸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 즐거우셨는지요.”

“그-! 그, 렇다. 근, 근우 공도 오랜, 만이군. 잘… 지냈나요, 아, 지냈나?”

“… 저는 항상 평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게 좀 더 관심을 가져주시는 건 어떠십니까, 이렇게나 잔치가 열린다 하여 부군께 잘 보이기 위해 치장도 열심히 했습니다.”

 갈라지는 목소리를 겨우 더듬어 인사하는 왕과 말리지 못하고 땀에 젖어가는 손을 애써 쥐어만 보는 두 번째 부인, 전부 질린 얼굴로 멀리 가지 못하고 근처 벽에 기댄 근우를 모두 무시하고 하도는 왕좌 위, 왕의 무릎 위에 올라타 얇은 왕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러면 하도의 주위로 추운 날 소나무 앞에서 맡아지는 향이 나기 시작했다. 가만히 맡기만 한다면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 줄 수 있는 향이지만 우수한 ‘묘(卯)’인 하도에게는 향을 맡은 이들을 족쇄처럼 붙잡아 억누르는 힘도 있었다. 왕좌까지만 퍼지는 향을 느끼지 못하는 건 ‘인’도 ‘묘’도 아닌 ‘자(子)’인 후궁, 유리뿐이었다. 왕의 숨이 향에 잠식되면 될수록 거칠어지고,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면 왕의 몸 주위에서도 복숭아 향이 맴돌기 시작했다.

“왕, 비…. 흐, 그만, 제발… 아직, 잔치가….”

“내쫓고, 우리끼리만 잔치를 즐기도록 할까요? 이 달콤한 향을 제게 보이고 삼키지도 못하게 하시려는 건 아니시겠죠?”

“하도 님, 왕께서 힘들어하고 계시니 부디…”

“향도 못 맡는 쥐새끼가 겁도 없이!”

 점차 짙어지는 향에 ‘자’를 제외한 잔치에 초대받은 객들은 왕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근우는 이곳에서 멀어질 수 없었기에 품에서 미리 준비해 둔 약을 꺼내어 씹어 삼켰고 유리의 손이 중재를 위해 그 사이에 파고들자 하도는 손목을 쳐낸 뒤 자리에서 일어나 목을 잡고 가까운 벽에 밀어붙였다. 그곳에서 놀라는 이는 처음 보는 풍경도 아님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당황한 왕인, 주홍뿐이었다. 이것은 주홍이 정을 품었다며 유리를 데리고 온 그날부터 이렇게 셋이 모이면 백이면 백, 항상 일어났던 일이다.

“와, 왕비…!! 어찌, 아무리 그래도 당신과 같은…!”

“네? 무슨 말씀이세요. 폐하. 이 주제도 모르는 것이 어찌 저와 같은 자리에 선 자입니까? 향도 맡지 못하고, 애를 확실하게 품지도 못하는, 궁에서 가장 필요 없는 자가 이곳에 있지 않습니까.”

“제, 제발…. 제발, 제가, 제가…. 이따, 밤에 찾아가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노여움을 풀고 유리를, 유리를 놓아주세요.”

“아하, 이딴 아이를 품어주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기분이 나쁘지만…. 좋습니다. 폐하, 제 기분이 하루로 나아질 것이라 판단하지 마시지요.”

“그럼, 이번에는… 며칠을.”

“글쎄, 근우는 어떻게 생각해?”

 우수한 것들이 쌍으로 향을 가장 있기 싫어하는 공간에서 퍼트리는 걸 맡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단 생각이 머리까지 차오르려고 하는 근우의 귓가에 하도의 부름이 들리면 왕과 왕비의 앞이라 무례하다는 것도 잊고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울기 직전인 주홍과 소유하고 싶은 자를 온전히 제 손에 쥐지 못해 화난 하도. 결국 근우가 할 수 있는 답은 하나였다. 불쌍한 왕의 편을 들고 싶지만, 그렇기엔 목을 조여드는 하도의 향으로 만들어진 족쇄가 따갑기 그지없었기에.

“다음 약속이 8일 뒤니, 적당히 몸 사려서 5일 정도가 괜찮을 것 같습니다. 왕비님.”

“아, 그러네. 아쉬워라, 약속만 없었다면 한 달을 부르려고 했는데. 들으셨죠, 폐하? 오늘밤부터 5일입니다. 흥겹지도 않은 잔치는 그만두는 게 좋겠죠. 돌아가자.”

“…네, 폐하.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그…… 래. 들어, 흡, 물러가라.”

 잔치는 끝이 났다. 가장 먼저 하도와 근우가 잔치자리를 빠져나가면 우르르 객들이 빠져나간다. 악사와 무희까지 그곳을 떠나면 싸늘하게 식은 궁에 남은 건 결국에 울음이 터져버린 유약한 왕과 옆을 지키는 왕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두 번째 왕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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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솔직히 너무 괴롭히는 거 아니야? 저 어린애를.”

“괴롭히다니, 사랑밖에 안 주고 있는 걸~? 연약해서 그래, 사랑을 전혀 못 받고 계시잖아. 쥐새끼만 없었어도….”

“사랑은 무슨…. 괜히 향만 가득 뒤집어쓰고 나왔잖아.”

“향 맡아서 흥분했어? 날 가두고 엉망진창으로 안아서 임신시키고 싶다는 생각한 거 아니야?”

“제발, 헛소리 좀 하지 마.”

“농담 아니야, 하고 싶으면 해 줄게. 낭군님♥하고 불러주면서.”

 수풀 사이로 근우를 끌고 들어가 적당힌 담벼락에 밀쳐 가둬낸 채로 다시금 향을 풀어내면, 약을 먹지 못한 근우한테서도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그도 결국은 ‘묘’를 탐할 수밖에 없는 ‘인’이기에 평화로운 낮에 들판 위를 걸으며 산책하는 듯한 가벼우면서도, 짙은 나무 향이 주위로 퍼지며 자연스럽게 눈이 내리는 소나무 숲 속의 향과 뒤섞였다. 이 향을 뒤로하고 밀쳐내서 도망가고 싶지만, 이 족쇄가 아니더라도 둘 사이에서는 약속이라는 이름의 족쇄가 하나 더 걸려있었다. 그것은 일시적인 자유를 가져다주었기에 족쇄를 건 하도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집안끼리의 사이가 좋았기에 어린 시절부터 자주 보고 자란 아마도, 기억하기에 처음으로 가진 친구. 둘 다 우수한 ‘인’과 ‘묘’ 였으니, 집안끼리의 관계상 맺어질 확률이 높았으나, 그것은 처음 25대 왕이 아들을 정계에 내보였을 때 하도의, ‘저건 내 거야.’라는 발언에서부터 끝이 났다. 이미 하도의 집안으로도 충분할 정도의 권력이었으나, 하도는 완벽하게 주홍을 집어삼키고 싶어 했다. 손에 넣고, 아무에게도 닿지 못하도록, 자신만을 보도록. 하도의 집안 이상으로 권력이 높은 집안은 손에 꼽을 정도로 있기야 했지만, 그중 최고는 근우의 집안이었다. 하도가 제안한 약속이자 족쇄는 그 당시의 근우에게 한없이 달콤한 제안이었기에. 잠깐 그런 생각에 빠져 있으면 목을 깨무는 아픔이 느껴졌다.

“김근우, 날 두고 무슨 생각을 해?”

“졸려서 잠깐 졸았을 뿐이야. 그만해, 8일 뒤에는 아버님이랑 해야 하잖아. 이따가 네 진짜 낭군님이랑 뒹굴 텐데 뭐가 아쉬워서 나랑 한다고.”

“아~ 그렇지 참. 낭군님이 기다리고 계시지. 하지만, 근우야. 나, 네 아이 임신할 수 있다는 거 농담 아니야.”

“미친 소리 하지 마, 이하도.”

“나 미친 거 새삼스럽게 말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 이상 말을 해봤자 하도에게 말려들 뿐이라, 본능이 이성을 이기기 전에 품 안의 약통을 꺼내 약을 씹으면 코가 마비되는 감각과 함께 향이 사라졌다. 불만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던 하도가 약을 빼앗기 전에 결국 손을 올려 숨기는 데 성공한 근우는,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하도에게 손을 뻗었고, 결국 손 위에 손이 겹쳐져 둘은 수풀 사이에서 벗어나 하도의 궁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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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우와 헤어져 궁에 들어와 거추장거리는 옷을 벗고 궁인들에게 씻겨져 피부 관리를 받고 있자면, 왕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얇은 내복만을 몸에 두르고 침실에 도착해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문을 열면,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오느라 붉어진 얼굴의 왕이 보였다. 겨우 하도가 오기 전에 거칠게 내뱉던 호흡을 갈무리한 왕은 하도가 멋대로 문을 열고 들어와도 무례하다는 말 하나 뱉지 못하고 ‘교육’ 받은 그대로 웃으며 이 상황에서 해야 할 말을 뱉었다. 진심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더라도 그것이 하도의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자신을 달래고 보내준 유리에게나 하고 싶은 말임에도.

“사랑하는 부인,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 폐하께서 당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답니다. 가만히 계실 건가요? 이리 와서 사랑하는 부인을 안아주셔야죠.”

 주홍이 바로 달려와 하도를 끌어안으면, 가장 아끼는 물건을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손길로 하도는 품 안의 주홍을 끌어안고 쓰다듬었다. 자신의 손이 닿을 때마다 굳는 몸이 아주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앞으로 5일 동안은 제 것으로 있어줄 테니 용서해 줄 생각이었다. 이렇게 굳지 않도록 제대로 교육하면 될 일이니까.

“폐하, 저는 당신이 쥐새끼를 사랑한다며 데리고 왔을 때 기분이 더럽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으로 여겼답니다. 왜인지 아시나요?”

“……왜, 그러셨습니까?”

“이렇게 제게 달려와 안긴 당신의 품에서 그 새끼의 냄새가 나면 정말로 폐하를 시해한 자가 됐을지도 모르니까요.”

“커, 헉…! 켁, 흐, 자, 잘못했, 습ㄴ, 다 부인… 부인, 제발…!”

 자신의 품 안에 있음에도,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자신의 손에 온전히 쥐어지지 않았다는 분노가 올라오면 방 안은 미약한 복숭아 향을 모두 뒤덮을 정도의 향뿐이라지만 정말로 서늘한 겨울이 온 듯한 소나무 향이 퍼지며 주홍의 목을 힘을 줘 세게 붙잡았다. 얼굴이 눈물로 인해 젖어들어가고 용서해 달라는 말도 사라질 정도로 헐떡이는 소리만이 들려오면 그제야 손을 놓고 숨을 삼킬 입술의 틈을 하도의 혀가 파고 들어갔다. 코와 잠깐의 고개를 비트는 것으로 들어오는 약간의 숨을 찾아 헤매며 눈을 질끈 감은 채 붉어져가는 얼굴을 하도는 숨을 빼앗고 있으면서 웃는 얼굴로 구경하기 바빴다. 이 얼굴을 오로지 자신만 보고 싶었다. 어린 시절, 이 아이를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줄곧.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숨을 들이켜면서 기침을 하는 걸 지켜보다가 내복을 풀어내면서 침대에 걸쳐 앉아 이미 향이 뒤섞이는 순간부터 젖어들고 있는 아래를 문지르고 있으면 기침이 멈춘 주홍이 다가와 무릎을 꿇고 입에 좇을 넣고 삼켰다. 혀가 기둥을 쓸고 지나가고 점점 좁아들기 시작하는 입의 안쪽이 귀두를 자극하면 금방 신음이 터져, 기분 좋을 일이었지만. 유리에게 제게 배운 걸 많이 해주셨나 봅니다. 하며, 저번의 만남과는 다른 솜씨에 의문을 품자 흠칫, 떨면서 시선이 아래로 내리 꽂히는 걸 보면 속이 비틀렸다. 머리를 손으로 잡고 누른 채 허리짓을 하면 두 손이 무릎을 감싸는 게 느껴졌다. *그거 아십니까, 폐하. 저는 질투라는 감정을, 당신을 보며 처음 배웠습니다.* 처음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저 질투를 안겨준 사람이 의식도 하지 않은 채 질투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게 속이 뒤틀릴 때마다 하는 이야기였기에, 대답은 바라지 않았다. 헛구역질하는 소리와 고통스러운 신음이 고요한 방 안에 흘려 퍼지는 걸 한참 듣고 있다가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어 잡고 뒤로 빼며 배를 걷어찼다.

“컥, 크흡…! 켈록, 욱, 우엑… 헉, 흐으, 읍, 흐윽… 왜, 힉, 아, 아니….”

“누구보다 이유를 잘 알고 있으면서 항상 제가 이럴 때마다 의문을 표하면 뭐라고 답변 드려야할지, 참으로 고민되는 걸 아십니까?”

“흐으, 윽, 흐, 아니, 아니, 자, 잘못, 나와서, 그게.”

“제게 쓰라고 교육해둔 게 다 남의 흥분을 위해서 사용된다니, 기분 좋아하던가요?”

 주홍은 하도가 이럴 때, 시선을 내리고 가만히 있으면 넘어가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리 유리와 붙어 다니면서 잊고 싶다고 하더라도, 이 오래된 하도는 운명이라 말하고 자신은 악연이라 말하는 연이란 쉽게 끊어질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 하도와 부부 사이가 된다고 했을 땐 힘이 없는 왕족이라 연애를 해보지도 못하고 사랑 없는 혼인을 해야 하는 게 슬프기도 했지만 설렘도 분명히 있었다. 게다가 자신을 좋아해서 고위 귀족으로의 삶을 버리고 궁에 들어오겠다고 하는 이를,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라는 희망 가득한 생각을 지니기도 했었다. 혼인을 하고 난 뒤 첫날밤, 목을 내밀며 각인을 진행하려는 걸 갑작스럽다며 거부하자 웃고 있던 얼굴이 굳고 자신의 목을 피가 날 정도로 세게 물어 커다란 상처를 새기고 피가 묻은 얼굴로 환하게 웃는 걸 볼 때까지. 그때의 상처는 금방 아물긴 하였으나 하도가 자신에게 가지고 있던 게 ‘사랑’이 아닌 ‘소유욕’이라는 걸 알려주듯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크지 않은 고통이었음에도 환상통이 아주 오랜 시간 이어졌었다. 부모님에게도, 스승에게도 맞아 본 적 없었지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과 뒤가 뚫리는 상황에서 몇 번이고 도망치고 살려달라 소리쳤었지만 아무도 주홍을 구해주러 오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부부의 침실에 누군가를 끌여들이려고 했다는 이유로 더욱 고통스러워지기만 했지. 하지만, 그런 폭력보다도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백날 말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는 처지인 제가 불쌍하지도 않으신가 봐요. 옆에 있는 ‘인’이라는 것들이 참. 하나는 딴 놈한테 내어주고 있고… 하나는 내준다고 해도 거절하고. 마음을 내어주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제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 똑같은 일을 저질렀다면 절 봐주셨을까요?”

 사랑? 차라리, 그런 얄팍한 감정에 휘둘려서 하는 것이라면 아주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감정이라는 건 다른 사람에게 풀어낼수록 녹아 스며들어 언젠가는 물들기 마련이니. 하지만 하도가 자신에게 내보이는 소유욕은 감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걸까?

“이리 오세요, 폐하. 사랑스러운 손길로, 사랑스러운 부인을 만지며, 안으세요. 본래, 부부가 밤에 하는 일처럼.”

 그런 폭력보다도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자신이 ‘인’이고 하도가 ‘묘’이기 때문에 본능이 이성을 이기게 되어버린다는 점이었다. 향기에 취해 본능은 젖어진 아래를 바라보며 다리를 벌리고 발기한 채 액을 흘리고 있는 좇을 처박고 싶다는 본능. 유리와 하는 밤을 생각하며 피부를 쓸어보고 입을 맞춰도 보며 이성이 녹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착각이 이어졌다. 문득 들어 바라본 하도의 표정이 만족스러운 얼굴인걸 보아 마음에 드는 행동과 표정을 하고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오늘도, 하도의 손아귀에 있는 동안 목을 물지 않기를. 주홍은 오늘도 그것 하나만을 바랐다.

“응, 읏, 아! 아앙, 으흑, 폐, 응! 하, 아, 거기… 힉, 잇…!”

“흐윽, 흡…. 하아, 흑, 흐으, 좀 더…”

“아…! 아, 응, 으응…! 하, 하하… 뭐가, 그렇게 서러우, 세요 폐하, 힉, 응…! 예쁜, 얼굴로 우니까, 마음에 들지만.”

“나, 히끅, 나는, 나는….”

 분명 역하고 기분 나빠야 하는데. 입을 맞추고, 손을 붙잡고, 자신의 좆이 박힐 때마다 신음을 흘리는 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데, 이성이 완전히 녹아 본능밖에 안 남은 머릿속에서는 더 하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질 못하니 억울함과 서러움은 그대로 눈물이 되었고 하도의 배 안의 자궁에 정액을 싸지르고 그것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부푸는 좇을 느낄 때마다 더욱 우는 소리는 커지기만 했다. 차라리 고통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부푼 좇을 억지로 움직여 바짝 늘어난 안쪽으로 들어가면 적극적이라 기쁘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다르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다른 행동을 하더라도 모든 행동이 읽혀 하도에게 예상치 못한 상황을 주는 건 불가능했다. 이 상황도 결국 하도가 만들어 낸 함정에 그대로 걸려들었을 뿐이니까.

 그 뒤로는 목을 물지 않겠다는 의지만을 남긴 채 몇 번이나 사정하고 쉴 새 없이 허리를 놀리다 보면 ‘오늘’의 끝이 다가왔다. 고작 5일 중에 하루가 끝났다는 생각을 하면서 좇을 빼내면 이미 안쪽에 가득 채워져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한 정액이 흘러내렸다. 하는 내내 계속 울더니, 눈이 붓겠다며 다정한 말과 행동으로 눈가를 쓸어내리는 하도의 행동을 가만히 쳐다보면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의 얼굴을 목에 눌렀다. 우리는 운명이니 물고 싶으시겠지요. 참지 말고 물라는 말을 듣고 있어도, 첫날밤의 그 순간부터 정말 단 한 번도, 주홍은 하도의 목을 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맡을 수 있는 향이 오로지 단 하나로 고정된다니. 자신을 옭아매는 서늘한 겨울의 향을 유일한 것으로 두고 싶지 않았다. 입을 벌리지도 않고 어깨에 기댄 채로 있으면 한숨 소리와 함께 끌어안는 손길이 느껴졌다.

“당신이 왕이 아니었더라면 진작에 도망칠 수 있는 다리를 자르고 제게 매달릴 수 있게 만들었을 텐데. 빛 한 점 들지 않는 공간에 매어 두고 유일한 빛이 제가 들어오는 순간이 되도록 만들고 싶답니다. 절망뿐인 상황에서 희망을 주는 사람이 저 하나라면 당신도 이렇게 고집부릴 수 있게 되진 않을 텐데. 아쉽습니다, 폐하. 제가 모든 걸 걸고 끌고 온 권력으로는 이게 한계라는 점이.”

 지친 몸으로 안긴 채 눈을 감고 있으니 졸음이 몰려와 답을 하진 못했다. 답을 할 수 있는 처지였다면, 분명히 주홍은 그리 말했을 것이다. 지금도 다른 건 없다고. 그저 딱 하나 다른 점은 유일한 빛과 희망을 주는 사람은 네가 아니라….

“아, 내 연약하신 폐하. 고작 이 정도로 지쳐서 잠드시면 어떡합니까. 당신을 망가트릴 수는 없는데….”

  아무리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왕이라고 하더라도 답답한 관습과 전통을 따르는 노인네들 덕분에 왕을 쉽게 갈아치울 수는 없었다. 하도가 이 권력을 취해서 얻어낸 건 손에 쥐는 것뿐. 자신만을 바라보는 인형을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이렇게 유약한 왕을 볼 때마다 하도는 자신의 계획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다정하게 사랑을 속삭이며 마음을 얻어낸 후에 품에 가뒀어야 했는데, 자신의 애정을 거부하면서 다른 이의 품으로 도망가는 걸 보는 건 제법 속이 뒤틀렸다. 그러니 이렇게 가끔씩 심술을 부려 억지로라도 품 안에 안는 방법을 쓸 수 밖에. 포획에는 재능이 없다는 걸 인정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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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도의 궁에서 한동안 들리던 울음소리가 그치면 왕은 붉어진 얼굴을 가린 채 자신의 궁으로 돌아갔고 하도는 궁인들에게 궁의 정리를 맡긴 후, 다시 잔치에서 왕을 만나러 갈 때보다 더 화려하게 몸을 치장했다. 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력은 오로지 하도의 소유가 아니었다. 이건 모두 약속과 거래를 통해서 얻어낸 것. 근우는 자유를 원했고 하도는 힘을 원했다. 정말 소수의 사람만 아는 진실, 나비국의 가장 큰 권력을 지닌 근하는 그보다 어린 이들을 보며 욕정 했다. 그리고 도망가버린 부인을 사랑했기에 부인의 모습을 똑 닮은 아들은 그의 욕망을 대신 이뤄줄 존재였다. 단순히 후계를 잇는 정도의 다툼을 생각하던 이들이 이걸 알게 된다면 얼마나 놀랄까. 하도는 가끔 그게 실제로 이뤄진 날을 상상해 보지만, 그저 망상일 뿐이었다. 그래서 하도는 근우에게 약속을, 근하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지금의 권력을 가지게 되는 길이 꼭 이 선택지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해 버린 왕을 쥐어잡는 게 이렇게까지 큰 힘을 얻었어야 했을 리가. 그저 힘 말고도 하나 더 얻고 싶었던 게 있었을 뿐이다. 꼭, 한 사람만을 ‘소유’ 하고 싶다고 생각해야 할까? 하도는 둘 다 갖고 싶었다. 주홍도, 그리고… 근우도.

“지나치게 꾸민 거 같은데.”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라~”

“저번에 부탁한다고 했던 거, 들어줬나 보네.”

“응. 맞아, 그러니까 오늘은 너도 같이 들어가야 해.”

 궁 앞으로 데리러 온 근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가마에 올라타 손을 뻗으면 무심하게도 손을 잡지 않고 가마에 올라타는 근우를 바라보다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흠칫, 반응은 하지만 밀어내지 않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지만 참아냈다. 자신이 독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다정함을 남기려는 다정한 행동이 자신의 몸에 점차 독을 쌓아가는 거라는 걸 알고 있을까. 쌓아온 독은 곧 몸의 주인을 고통스럽게 만들 예정이었다. 해독이 불가능할 정도로 중독되어 영원히 그 몸에서 맴돌 수 있도록, 하도는 자신을 근우의 족쇄를 조금씩 자신의 앞으로 끌고 왔다. 가마는 궁의 외곽으로 나가 귀족들이 모여있는 구역을 지나, 가장 외곽의 거대한 집에 도착했다. 근우가 내리고 손을 뻗으면 하도가 손을 잡고 내려왔다. 가마는 떠나고 거대한 대문이 열리자 둘이 지나가고 곧 조용히 닫혔다.

“우리 하도, 오늘도 어여쁘게 꾸미고 아비를 만나러 왔구나.”

“네, 아버지. 하도 왔어요. 가장 예쁘게 보이고 싶은 상대를 보며 치장하는 건 당연한걸요.”

“어서 옷을 벗겨 살을 탐하고 싶은데…. 네가 말한 준비는 다 끝내놨단다.”

“어머, 정말요? 허락해 주셔서 감사해요 아버지.”

“… 저기, 난 이제 가도 돼?”

 진짜 아들을 앞에 두고 다정하게 부자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꼴을 보면 근우는 당장이라도 대문을 박차고 이 집안에서 나가고 싶었다. 슬슬 풀리기 시작한 향까지 있었으니 더욱더. 하도가 날카롭고 겨울의 하늘과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한 숲을 떠올리게 한다면, 근하는 숲에서 나무를 새카맣게 태워내 매캐하게 풍기는 연기와 결코 벗어날 수 없게 붙잡는 땅이었다. 하늘과 땅, 어느 쪽이든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이를 놔주지 않겠다 선언하는 듯한 날카롭게 옭아매는 향에 온몸이 따끔거렸다.

“응? 아니, 이번에는 네가 있어야 한다고 했잖아.”

“뭐? 그게 무…!”

 하도의 말과 함께 이상함을 감지한 근우가 급하게 몸을 돌려 나가려는 순간, 근하가 근우를 잡아채고 그대로 약이 묻은 천으로 얼굴을 감싸 기절시켰다. 근우는 그대로 품에 안긴 채 조용해졌고 하도는 환하게 웃었다. 본격적으로 겨울의 하늘과 땅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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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우가 정신을 차린 후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본 건 자신의 위에 엎드린 채 아버지에게 박히고 있는 하도였다. 그걸 인식하자마자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는 걸 깨달았다. 방 안에 향이 가득 차 있었고 정신없는 와중 웅웅 거리는 귓가에 하도의 신음이 들려왔고 곧 하도가 사정하며 뿌려진 정액이 자신의 배에 재차 쌓이면 정신이 확 들어 벗어나기 위해 팔을 들었지만, 덜그럭 거리는 쇠가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하아…. 아, 우리 근우, 잃어났, 응! 네. 계속, 잠들어 있으면 어쩌나 응, 읏…! 했, 어.”

“너, 이게 무슨…! 헉, 윽…! 당장, 당장 풀어! 약속 위반이야, 이 새끼야…!”

“흐, 무슨, 소리야. 아버지가 널 건들지 않는 게 약속이잖아. 나랑은 그런 약속 한 적 없어. 그나저나, ‘인주기’인데도 제법 멀쩡하네?”

“뭐? 난 ‘인주기’ 오려면 멀어…! 헉, 흐, 미친, 새끼…! 뭐, 뭘, 먹인.”

“발정 나서 미친 새끼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약 이래. 주기를 일시적이지만 당길 수 있다고 하네? 근우야, 나, 너 닮은 애 낳고 싶어.”

“개소리하지 마, 이거 당장 풀어!”

 계속해서 소리치던 근우의 말은 하도가 손을 들어 뺨을 내려치는 걸로 끊겼다. 상처받는다고 말하는 하도의 말이나 폭력은 쓰면 안 된다고 하는 근하의 말, 잘못했다고 하는 대답…. 근우는 이 모든 게 꿈이길 빌었지만, 부푼 좆이 줄어들자 하도의 안쪽에서 빠지는 근하의 좆에 딸려 나오는 정액이 다시 한번 더 몸에 닿자 이것이 현실임을 다시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점점 정신이 돌아오면 돌아올수록 좆질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다. 자신의 의지를 뺏기고 가지고 싶지도 않았던 본능에 기대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 ‘주기’를 근우는 정말로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항상 과할 정도로 약을 챙겨 먹고 평소에 향을 지우는 약까지도 상비하고 있었던 거였는데. 곧 자신의 욕망을 알고 있다는 듯이 정액 때문에도, ‘인’의 좆을 받고 싶은 ‘묘’의 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인해 축축해진 하도의 후장이 근우의 좆을 집어삼켰다. 단번에 뿌리까지 내려오면서 직전의 행위로 인해 살짝 벌어진 틈을 채우려는 듯이 좁아드는 내벽에 근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허리가 움직여 거칠게 안을 쑤시기 시작했다.

“햐으, 윽! 앙, 아, 히익…!! 아, 좋아, 아…! 더, 깊게, 응, 으응…!!”

“그윽… 윽, 흡….”

“하, 흑, 응! 히잇, 아, 그, 그렇게, 꽉, 깨물면… 히윽…! 입술, 응! 상해.”

 어떻게든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깨문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근우를 보며 하도는 만족스러운 웃음소리를 흘렸다. 아무리 싫다고 표현해도 자궁에 정액을 싸지르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허리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근우가 사정할 때를 맞춰 최대한 밑으로 내려앉아 비비자 좆의 밑부분이 부풀어 오르면서 안에 정액이 쏟아지면 하도는 평소보다 더 한 자극을 버티며 근우의 위로 엎어져 헐떡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고 있던 이가 벌어지고 근우의 시선이 자신의 목에 고정되어 있는 걸 보며 다시 한번 더 하도의 웃음이 터졌다. 가장 자신의 목을 물어주기 바라는 상대는 관심조차 없는데, 자신의 곁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는 이렇게나 관심이 많으니.

“우리 근우, 내 목 물고 싶구나?”

 그 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더니, 곧 자신의 의사가 아니었다면서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목을 내어줄 듯한 모습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해 넘기고 점차 다가오는 근우가 눈과 입을 다물며 고개를 돌렸지만 입가에 닿는 건 목이 아니라 하도의 손이었다. 손이 얼굴을 꽉 붙잡아 반대쪽으로 고정시킨 뒤에는 근우의 목을 콱 깨물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을 몸으로 짓누르면서 일부러 같은 곳을 여러 번 물고 일어나면 고통을 이기지 못한 눈물이 손을 적시는 걸 느끼며 일어났다.

“아하하하, 미안하지만 안돼. 정말 아쉬워, 왜 내가 물면 안 되는 걸까? 내가 해도 된다면 몇 번이고 물어뜯어줄 수 있는데.”

“이제… 좀, 놔줘….”

“안돼, 아버지 정액이 여기 얼마나 들어있는 줄 알아? 네 아이를 임신하려면 한 번 가지고는 소용없어.”

“그래, 그리고 슬슬 한번 봐줬으니 나도 다시 넣고 싶은데.”

“두 개 다 집어넣으면 더 어렵겠네~ 힘내, 이번 한 번으로 임신할 수 있도록.”

 좆이 들어있는 틈 사이로 근하의 좆이 파고들기 시작하고, 버거워하는 하도와 달래는 근하의 목소리를 들으며 근우는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채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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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우를 억지로 범했던 날 이후로, 근우는 그대로 풀리자마자 도망쳐 연락이 끊겼다. 위치는 찾아뒀지만, 하도도 굳이 근우를 찾으려 하진 않았다. 대신 자신의 궁에 틀어박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칩거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선 많은 소문이 돌았지만, 근하가 따로 손을 쓴 탓에 그렇게 길게 이어지진 못했다. 하도가 칩거한 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궁인들을 제외하고 들어오는 이가 없었던 하도의 궁에 손님이 찾아왔다.

“그때 그렇게 했는데, 아버지도 아니고 정말 널 똑 닮은 애가 나왔다는 게 웃기지 않아?”

 하도에게 위치를 들켰다는 사실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하도가 칩거를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도 대체 무슨 짓을 꾸미려는가 싶으면서도 머릿속에 떠오른 사실 하나는 끝까지 외면하려고 했다. 이대로 하도가 자신을 부르지 않기를 이 자유를 즐기며 살아가려고 했다. 어느 날, 집에 하도의 편지가 도착할 때까지는. 적혀 있던 글은 간결했다. *‘네 아이, 보러 와.’* 그걸 보고도 오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하도의 손과 궁에서 자라날 아이가 눈에 밟혀서. 자신의 눈앞에 있는, 하도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보러 왔다. 자신과 같은 녹색의 머리카락에 검은색의 눈. 정말,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닮은 듯한 아이를.

“태명은 근우로 지었어. 널 닮길 원했거든. 궁인들 외에는 네가 처음 보는 거야. 어때, 귀엽지?”

“이, 름은.”

“이름? 네가 지어줘야지. 네가 키울 거잖아. 내 손에 두고 키우게 할 생각 없으니까 이곳에 왔지.”

“… 아령.”

“아령? 좋아, 내 사랑스러운 딸. 네 이름은 오늘부터 이 아령이야. 응? 아빠한테 가볼래?”

 편지를 본 이후로 하도가 지은 이름을 지우고 부르고자 떠올린 이름을 말하자 자신을 바라보며 손을 뻗는 아이의 손을, 하도가 ‘아빠’라고 부르는 걸 들으며 잠시 머뭇거렸으나 곧 근우는 아령을 끌어안았다. 낯선 사람일 텐데, 처음 보는 사람일 텐데도 울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품에 안기자마자 환하게 웃는 아이를 보며 근우는 곧 아이가 자신의 커다란 족쇄가 될 것임을 알았다. 지금까지 잊고 살았던 자신에게 채워진 족쇄가 더욱 견고하게 자신의 몸에 달라붙고 추까지 달려 이제는 도망도 꿈꾸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품에서 아령을 놓지 못했다. 이 아이만큼은, 자신의 핏줄과는 상관없는 삶을 살게 할 것이라 다짐했다. 그것이 어떠한 족쇄가 되어 자신을 옭아매더라도.

“궁에서 조금 더 머물다가 가. 아, 집은 이미 정리했고 궁 근처에다가 마련해 뒀어. 아령이 물건들은 갈 때 보내줄게.”

“그럴 필요까지는 없잖아. 거기서도 충분히,”

 지금까지 조용했던 아령이 울음을 터트리자 근우가 놀라고, 하도가 달라는 듯이 손을 뻗으면 미간을 찌푸리다가도 결국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를 망가트리기만 했던 저 손이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능숙하게 달래는 모습을 보는 게 어쩐지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저렇게 할 수 있으면서, 도대체 왜. 곧 아이는 울음을 그쳤고, 하도가 부른 유모의 품에 안겨 나갔다.

“너는 내가 아령이 인생에서 아예 사라져 줬으면 좋겠는 거 같은데, 애한테 엄마가 얼마나 중요한데.”

“엄마라니, 네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서 가장 어색한 말이라는 거 알아?”

“그래? 어쩔 수 없어, 최근에 너무 많이 말했더니 저절로 입에 붙어 나오거든.”

“… 궁이라도 빨리 나가게 해 줘. 괜히 여기 있다가는 또,”

“아~ 1년 만에 만났는데 내 낭군님은 금방 가버리겠다는 말로 상처나 주고.”

“누, 누가 낭군님이야! 그런 소리 하고 다닐 생각 하지도 마.”

“입 맞춰줘.”

“뭐?”

“입 맞춰주면, 궁에 있는 시간 줄여줄게. 어때?”

 말문이 막힌 채 바라보는 근우를 보면서 하도는 환하게 웃기나 했다. 이제 됐다는 말과 함께 돌아나가겠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점점 다가오더니 눈을 감고 입을 맞추는 걸 보면서 하도는 헛숨을 뱉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이는 그에게 큰 주박이 되어준 듯해서. 기쁨을 참지 못하고 됐냐는 얼굴로 떨어지는 근우의 목을 끌어안으며 다시 한 번 입을 맞췄다. 갖고 싶었던 걸 드디어 온전히 손에 얻었다. 누군가가 건네 준 족쇄를 대신 잡고 있는 게 아닌, 오로지 자신의 소유인 족쇄. 절대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주지도, 놓아주지도 않을리라 생각했다. 자신을 밀어내는 손길을 붙잡지 않고, 불만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근우를 보며,

“도망칠 생각하지마. 알지?”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고 돌아나가는 모습에, 하도는 만족스럽게 자신의 족쇄가 걸린 근우를 바라보며 한참동안, 정말 한참동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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