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빛 (CoC 팬시나리오 망툴루 스포일러)
모르포
25-09-03 15:46
1
“으음….”
눈이 부신 탓에 지현우는, 꽤나 오랜만에 이른 아침에 깨어났다. 창문의 커튼을 제대로 치지 않은 탓인지 아주 잠깐 스쳤던 빛 때문인 듯했다. 눈은 떠졌지만 일어나진 못했다. 항상 그렇듯 몸이 피곤해 무거워서도 그랬고 허리나 다리가 욱신거린다던가,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많았지만 그중 제일 정답에 가까운 것은 아직 옆에서 자고 있는 아이 때문이었다. 이제는 다 커서 자신보다 한 뼘 이상 큰 키와 체격을 가지고 있으며 방주에서 가장 영웅에 가까웠던 탐사자였으며, 지금은 유명한 탐험가이자 마을의 진료소를 맡고 있는 요한이었지만 제게는 영원히, 아마도, 입 밖으로 내뱉는 일은 없겠지만 아이였다.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 아이와 어젯밤 격렬한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기도 할 테고 요한이 그렇게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였다. 이른 아침에 일어난 게 오랜만이듯, 요한이 자는 모습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항상 피곤한 얼굴로 늦게 일어난 자신의 밥을 챙겨주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말을 듣는 게 일상이었다. 그것은 방주를 떠나와 바깥에 자리를 잡게 된 지금도 이어지는 일상이었다.
이 아이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건 처음도 죄책감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죄책감이 앞섰다. 이런 일상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뒤로는 연심이라고 불리는 마음이 자리 잡은 건가 싶지만, 용서받고 싶은 마음이 변질된 것이라 쉬이 내뱉진 못했다. 용서를 받지도 못했는데 애정을 달라 빌어도 되는 걸까. 그저 가끔 요한이 제게 내어주는 다정한 애정만을 감사히 받고 있었다. 처음 이런 관계를 시작할 때 뱉었던 물음을 기억한다. ‘이걸로 용서해 줄 거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침묵. 하지만 지현우는 영원히 다시 묻지 못할 게 분명했다. 요한의 반응 중에서 지현우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침묵이니까.
자는 모습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지한이와 자는 모습을 위에서 쳐다보기나 했으니 보이는 각도가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할까. 아직 앳된 얼굴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어린 시절에도 이렇게 같이 침대에 누워 잠들었던 적이 있었나? 죄책감에, 그리고 이 아이의 부모를 욕하는 부모의 형제에게서 보호하겠다고 속죄하듯 데리고 왔었지만 제게는 진료소가 있었고 소장이 된 이후로는 더욱 바빴다.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주긴 했었나, 저를 항상 반기던 요한의 밝은 얼굴만이 기억에 남아있어 더욱 죄책감이 쌓였다.
조심히 손을 뻗어 뺨에 손을 얹었다. 언제라도 눈을 떠서 자신을 바라볼 것만 같았다. 아니면 지금도 깨어있는데 자는 척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확인할 용기도 나지 않았기에 엄지로 눈가를 쓸어보며 반응을 살폈다. 조용했다. 속으로 짧게 안도의 숨을 내뱉고 빤히 얼굴을 바라보았다. 요한의 시선은 지현우에게 있어서 두렵기도 했고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도 했다. 항상 이 아이의 시선은 제게로 향했으니까. 침대 위에서 관계를 맺을 때도, 부끄러운 표현이기는 하지만 잡아먹힐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온몸의 치부가, 자신이 하는 생각이 그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날 것처럼 내보이는 것만 같아 눈물을 핑계로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는 했다.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면 어쩐지 몸이 달아오르는 게….
“윽….”
지현우는 할 수만 있다면 혀를 깨물고 기절하고 싶었다. 괜히 감상에 젖어 아이의 생각을 하다가 어젯밤에 쏟아지던 시선을 떠올리더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아래를 세워 버리다니. 이 나이에, 몽정을 하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말이다. 어제 요한이 깔끔하게 씻겨주긴 했으나 안타깝게도 잠옷은 어디로 갔는지 알몸 상태였기에 요한의 몸에 닿을까 살살 움직여 떨어지려고 했으나, 이 정도의 큰 움직임은 요한이의 잠을 깨우기 충분했다.
“선생님 아침부터 무슨 일을 하시는 거예요.”
“아, 으, 응, 그게, 그러니까….”
“오늘 일찍 일어나셨네요.”
“응, 오늘따라… 그게… 요한아… 오늘, 바깥 일정 있니?”
“오후에 근처 탐험 의뢰가 있어서 가봐야 하긴 하는데… 왜 그러세요?”
“한 번만, 해주면…. 해, 해줬으면 좋겠, 구나….”
아침에 일어난 아이를 붙잡고 아침부터 발기해버렸으니 상대해 주면 안 되겠냐는 말을 꺼내다니. 목과 귀, 얼굴 끝까지 붉게 물들어 열이 오르는 걸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혼자 할 테니 허락해 달라는 말을 꺼내기엔 더 부끄러웠다. 차라리, 요한이 그걸 시키면 한다면 모를까. 제일 그나마 부끄럽지 않은 답변을 하고 나면 웃음소리와 함께 아래를 만지는 손길이 느껴졌다. 다행히 오늘 기분은 나쁘지 않았던 걸까. 아침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말이 왜 지금 떠오르는 걸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섹스를 한번 더 한다니, 이따 밤에는 안 하고 지나가길 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거하게 저지르고 씻는다며 들어간 욕실에서도 한번 하고 나니 어젯밤의 피로가 사라지지 않은 상태로 얹혀 앓아눕고 싶은 기분이었다. 오늘은 낮잠을 잘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눈이 따가워 꾹꾹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던 걸 들켜 얼음이 든 주머니를 받아 그걸 눈에 얹고 있으면 맛있는 냄새가 나는 주방에서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의 준비가 끝났다며 데리러 오는 요한이에게 발꿈치를 들어 올려 뺨 끝자락에 입을 맞추고 식사를 하고 나면 다시 조용한 일상이 흘러갔다. 오후가 되면 탐험 의뢰를 하러 가면서 언제 돌아오는지, 식사를 거르지 말라는 말을 듣고 나면 문이 열리며 요한이 나가고 적막한 집안에 지현우가 홀로 남았다.
은퇴 이후로는 바깥에 나간 적은 이 집으로 왔을 때뿐.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보면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냐는 물을 던질지도 모르겠지만, 지현우는 이미 그것에 대한 대답은 내린 지 오래였다. 그에게 바깥은 두려운 장소였다. 언제든 죄책감에 짓눌려 있어야 하지만 그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하는 곳. 제물로 바치던 행위에 대해서 서러움을 토해내고 싶었어도 지현우는 아무리 노력해도 ‘생존자’의 영역에 있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죄책감이 쌓여간다고 해도 ‘탐사자’의 영역에는 닿지 못했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를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보단, 지금이 좋았다. 이제는, 이제는 한 명의 원망만을 받으며 살아가면 되니까. 게다가 자신이 잘 해내면 온전한 애정까지 따라온다. 잠깐의 잘못을 빌고 나면 확실한 보상이 따라온다는 건 얼마나 달콤한 말인지.
그러니 지현우는, 세계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이제는 세계가 멸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요한이 정해놓은 공간에서 그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언젠가, 용서받을 수 있을 때까지.
집 안으로 멸망이 끝난 지구를 환하게 비추는 태양빛이 들어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게 커튼을 쳤다. 이제 빛이 들어올 일은 없을 터였다. 지현우가 그로 인해 일찍 일어나는 일도.
눈이 부신 탓에 지현우는, 꽤나 오랜만에 이른 아침에 깨어났다. 창문의 커튼을 제대로 치지 않은 탓인지 아주 잠깐 스쳤던 빛 때문인 듯했다. 눈은 떠졌지만 일어나진 못했다. 항상 그렇듯 몸이 피곤해 무거워서도 그랬고 허리나 다리가 욱신거린다던가,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많았지만 그중 제일 정답에 가까운 것은 아직 옆에서 자고 있는 아이 때문이었다. 이제는 다 커서 자신보다 한 뼘 이상 큰 키와 체격을 가지고 있으며 방주에서 가장 영웅에 가까웠던 탐사자였으며, 지금은 유명한 탐험가이자 마을의 진료소를 맡고 있는 요한이었지만 제게는 영원히, 아마도, 입 밖으로 내뱉는 일은 없겠지만 아이였다.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 아이와 어젯밤 격렬한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기도 할 테고 요한이 그렇게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였다. 이른 아침에 일어난 게 오랜만이듯, 요한이 자는 모습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항상 피곤한 얼굴로 늦게 일어난 자신의 밥을 챙겨주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말을 듣는 게 일상이었다. 그것은 방주를 떠나와 바깥에 자리를 잡게 된 지금도 이어지는 일상이었다.
이 아이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건 처음도 죄책감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죄책감이 앞섰다. 이런 일상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뒤로는 연심이라고 불리는 마음이 자리 잡은 건가 싶지만, 용서받고 싶은 마음이 변질된 것이라 쉬이 내뱉진 못했다. 용서를 받지도 못했는데 애정을 달라 빌어도 되는 걸까. 그저 가끔 요한이 제게 내어주는 다정한 애정만을 감사히 받고 있었다. 처음 이런 관계를 시작할 때 뱉었던 물음을 기억한다. ‘이걸로 용서해 줄 거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침묵. 하지만 지현우는 영원히 다시 묻지 못할 게 분명했다. 요한의 반응 중에서 지현우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침묵이니까.
자는 모습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지한이와 자는 모습을 위에서 쳐다보기나 했으니 보이는 각도가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할까. 아직 앳된 얼굴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어린 시절에도 이렇게 같이 침대에 누워 잠들었던 적이 있었나? 죄책감에, 그리고 이 아이의 부모를 욕하는 부모의 형제에게서 보호하겠다고 속죄하듯 데리고 왔었지만 제게는 진료소가 있었고 소장이 된 이후로는 더욱 바빴다.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주긴 했었나, 저를 항상 반기던 요한의 밝은 얼굴만이 기억에 남아있어 더욱 죄책감이 쌓였다.
조심히 손을 뻗어 뺨에 손을 얹었다. 언제라도 눈을 떠서 자신을 바라볼 것만 같았다. 아니면 지금도 깨어있는데 자는 척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확인할 용기도 나지 않았기에 엄지로 눈가를 쓸어보며 반응을 살폈다. 조용했다. 속으로 짧게 안도의 숨을 내뱉고 빤히 얼굴을 바라보았다. 요한의 시선은 지현우에게 있어서 두렵기도 했고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도 했다. 항상 이 아이의 시선은 제게로 향했으니까. 침대 위에서 관계를 맺을 때도, 부끄러운 표현이기는 하지만 잡아먹힐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온몸의 치부가, 자신이 하는 생각이 그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날 것처럼 내보이는 것만 같아 눈물을 핑계로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는 했다.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면 어쩐지 몸이 달아오르는 게….
“윽….”
지현우는 할 수만 있다면 혀를 깨물고 기절하고 싶었다. 괜히 감상에 젖어 아이의 생각을 하다가 어젯밤에 쏟아지던 시선을 떠올리더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아래를 세워 버리다니. 이 나이에, 몽정을 하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말이다. 어제 요한이 깔끔하게 씻겨주긴 했으나 안타깝게도 잠옷은 어디로 갔는지 알몸 상태였기에 요한의 몸에 닿을까 살살 움직여 떨어지려고 했으나, 이 정도의 큰 움직임은 요한이의 잠을 깨우기 충분했다.
“선생님 아침부터 무슨 일을 하시는 거예요.”
“아, 으, 응, 그게, 그러니까….”
“오늘 일찍 일어나셨네요.”
“응, 오늘따라… 그게… 요한아… 오늘, 바깥 일정 있니?”
“오후에 근처 탐험 의뢰가 있어서 가봐야 하긴 하는데… 왜 그러세요?”
“한 번만, 해주면…. 해, 해줬으면 좋겠, 구나….”
아침에 일어난 아이를 붙잡고 아침부터 발기해버렸으니 상대해 주면 안 되겠냐는 말을 꺼내다니. 목과 귀, 얼굴 끝까지 붉게 물들어 열이 오르는 걸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혼자 할 테니 허락해 달라는 말을 꺼내기엔 더 부끄러웠다. 차라리, 요한이 그걸 시키면 한다면 모를까. 제일 그나마 부끄럽지 않은 답변을 하고 나면 웃음소리와 함께 아래를 만지는 손길이 느껴졌다. 다행히 오늘 기분은 나쁘지 않았던 걸까. 아침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말이 왜 지금 떠오르는 걸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섹스를 한번 더 한다니, 이따 밤에는 안 하고 지나가길 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거하게 저지르고 씻는다며 들어간 욕실에서도 한번 하고 나니 어젯밤의 피로가 사라지지 않은 상태로 얹혀 앓아눕고 싶은 기분이었다. 오늘은 낮잠을 잘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눈이 따가워 꾹꾹 손바닥으로 누르고 있던 걸 들켜 얼음이 든 주머니를 받아 그걸 눈에 얹고 있으면 맛있는 냄새가 나는 주방에서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의 준비가 끝났다며 데리러 오는 요한이에게 발꿈치를 들어 올려 뺨 끝자락에 입을 맞추고 식사를 하고 나면 다시 조용한 일상이 흘러갔다. 오후가 되면 탐험 의뢰를 하러 가면서 언제 돌아오는지, 식사를 거르지 말라는 말을 듣고 나면 문이 열리며 요한이 나가고 적막한 집안에 지현우가 홀로 남았다.
은퇴 이후로는 바깥에 나간 적은 이 집으로 왔을 때뿐.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보면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냐는 물을 던질지도 모르겠지만, 지현우는 이미 그것에 대한 대답은 내린 지 오래였다. 그에게 바깥은 두려운 장소였다. 언제든 죄책감에 짓눌려 있어야 하지만 그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하는 곳. 제물로 바치던 행위에 대해서 서러움을 토해내고 싶었어도 지현우는 아무리 노력해도 ‘생존자’의 영역에 있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죄책감이 쌓여간다고 해도 ‘탐사자’의 영역에는 닿지 못했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를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보단, 지금이 좋았다. 이제는, 이제는 한 명의 원망만을 받으며 살아가면 되니까. 게다가 자신이 잘 해내면 온전한 애정까지 따라온다. 잠깐의 잘못을 빌고 나면 확실한 보상이 따라온다는 건 얼마나 달콤한 말인지.
그러니 지현우는, 세계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이제는 세계가 멸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요한이 정해놓은 공간에서 그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언젠가, 용서받을 수 있을 때까지.
집 안으로 멸망이 끝난 지구를 환하게 비추는 태양빛이 들어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게 커튼을 쳤다. 이제 빛이 들어올 일은 없을 터였다. 지현우가 그로 인해 일찍 일어나는 일도.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