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화] 비틀림 (커뮤)
모르포
25-09-03 15:55
1
*나는, '아이'를 버릴 수 없는 것뿐이야.*
네게서 개를 ‘받아왔을 때’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본 적이 있는 개냐고 물어보고 다녔다. 지하와 옥상, 공장에서 숨겨져 있던 공간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이 개는 처음 본다고 말을 했다. 제야의 다른 이가 개를 데리고 왔길래, 나는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그래서 더 쉽게 데리고 왔다. 애초부터 훈련된 채 공장에 버려져 있던 개를 네가 데리고 온 줄 알아서. 근데 아무도 개의 출처에 대해서 모르잖아. 그럼 적어도 이곳에 오기 전 한 달 넘게라도, 네 명령을 들을 정도로 훈련시킨 개를 자신이 데리고 가도록 손 놓고 보기만 했다는 거야? 생각이 정리가 되면 한숨만이 자리에 남았다. 미친 새끼, 보통 애정을 붙잡아보려다가 안 되니까 질투를 하는 게 올바른 순서 아니야? 차마 네게 하지 못했던 말을 떠올렸다. 애정을 받지도 주지도 못한다면 넌 결국 애를 버리게 될 거야. 위로도 받아내지 못하잖아. 너는 이미 애가 주는 일방적인 사랑을 알고 있으면서, 아이를 데리고 가서 어떻게 키우려고? 결국 너도 똑같이 아이를 버리게 될 거야. 네 핏줄이 전혀 섞이지 않은 걸 탐내는 건 버릴 때 죄책감을 덜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 씨발, 왜 이렇게 열받지?
언제 이게 결핍을 채우려는 행동이라는 걸 깨달았지? 그래, 분명 같이 다니던 놈들 중 하나가 죽었을 때. 중학생 때부터 가출하고 난 뒤의 현재까지, 그 아이는 내 편이었다. 부모님은 나를 거절했지만, 너만은 내 꿈을 믿어주었고 나와 같이 이 바닥에 같이 들어와 줬다. 그래서 기꺼이 내어줬어, 네가 원하는 대로 하고, 널 이해하고, 애정을 건네주고, 그걸로 너는 나에게…. 그게 일상이 되었고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아주 흔한 몸싸움에 휘말려 시체를 발견했을 때, 숨을 쉴 수 없었다. 네가 없으면 나는 누구에게 이 애정을 쏟지? 나한테는 누가 이걸 돌려주고 내게 신뢰를, 누가, 누가 대체, 내 편을 들어주는데. 그래서 도망치려고 했던 거야. 연기의 꿈도 전부 잊어버리고 다시 착한 아들이 되면 내 삶은 잃어도 애정을 주고받을 수는 있겠지. 아, 나는 그래서 부모님의 치료를 포기하고 중독사 시키기로 했다. 내가 당신들에게 원하는 약을 쥐여주면 웃어주니까.
이 바닥에서 결핍을 채우는 건 아주 쉬웠다. 그런 과거를 지닌 사람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것처럼, 정에 메말라 있는, 애정을 바라는 ‘불쌍한’ 과거사를 지닌 이들이 많아서. 상사면 예쁨을 달라고 개처럼 굴고, 부하라면 네가 예쁘니까 봐줄게,라는 말로 속삭여 내 편을 만들었다. 물론,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뭐, 그럴 수 있지. 선택지를 건넸을 때 내 편이 되질 않는 선택지를 고른 이들을 굳이 돌볼 필요는 없으니까. 더 많이 있으면 좋은 거고, 싫다는 이들을 붙잡을 필요는 없었다. 말했잖아, 이 바닥에 ‘불쌍한' 과거사를 가진 이들은 넘쳐흐른다니까.
"불쌍한 주인님도 싫고, 미친 새끼도 싫으니 미친 주인님으로 하죠. 계속 널 가지고 놀 거라는 뜻입니다."
왜? ‘너’도 애정을 원하잖아. 그래서 선택지를 건넸다. 내 편이 될 건지, 아니면 적이 될 건지. 같은 소속원이라 완전히 배제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일하는 공간이 달랐고 이 공장에 오기 전까지 너는 소문으로만 듣기나 했다. 그러니까, 이 공장을 벗어나면 너랑 만날 일이 없다는 뜻이지. 내 편이라면 굳이 시간을 잡아 만날 테고 아니라면 이게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었다. 근데 그 모든 걸 고르지 않고 고작 정액덩어리, 내가 애정을 건넬 것이라 말한 그것에게 질투를 했다. 너와 함께 이곳에 왔지만 널 버리고 애정을 주는 날 선택한 개를 붙잡지도 못하고. 속이 뒤틀렸다. 너도 받을 수 있어. 너도, 선택만 한다면…. 그래서 더 네게 모질게 소리쳤다. 넌 애정을 받아먹지 못하면 죽을 거야. 평생 가지지 못한 걸 질투하면서 살아. 왜냐하면, 너는 감히 내가 주는 애정을 거부했으니까…? 미친, 미친 새끼, 송태화, 미쳤어? 아, 그래, 분명 약으로는 뇌가 망가진 게 회복이 완벽하게 안 되는 게 분명했다. 완벽한약이아니라고했으니까부작용도있었고몸의회복을빠르게해주는거지정신적인문제는건들기힘들테니까아무리기적을주는약이라도분명. 분명, 정신 충격을 회복 시켜주지 못한 게 분명했다. 이대로 도망쳐서 다시는 만나지 않으면 돼.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래왔던 것처럼….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미친 새끼를 찾는 건 정말로 쉬운 일이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눈을 돌리면 네가 보였다. 네가 눈에 밟혀서, 결국 근처에 제야의 사람들이 전부 없어서 너도, 나도 연기를 할 필요 없을 때 말을 걸었다. 약을 찾고 있다니, 약만 주고 가야지. 생각보다 순하게 굴길래, 자신도 그렇게 반응을 했다. 자신이 툭 건들면 반응해 오는 게 재미있어서. 저번처럼 그렇게 다루지만 않으면 섹스하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니까. 따라오라고 손짓하니 따라오고, 방이 더러워서 기겁을 하며 잡아끌고 오니 또 순순히 끌려오고. 천천히 널 긁어냈다. 어디까지 받아줄까. 조금씩, 조금씩 너를 긁고 그에 따라오는 반응을 살폈다. 정말 마지막으로 내던진 말에는, 주먹이 날아오는 걸 각오했다. 아, 또 약을 써버리고 말겠지. 그래서 목을 쥔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정말로 이제는 네게 미련 가지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근데, 말은 똑바로 해야지.
난 아이를 버리지 못하는 것뿐이야. 그 아이가 자라서 애정을 준다고 해도 날 버리지 않고 떠날지 내게 남아있을지 행복하게 살지, 행복하지 않게 살지, 제대로 된 사람으로 클지, 아니면 나처럼 주어진 길에서 탈선해서 이 바닥에 들어오는 걸 볼지, 아무도 몰랐다. 그 아이가 날 물어뜯는다는 건 임신한 상태로는 절대,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너보다도 못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었다. 출발선이 다를 뿐이지. 부모님이 있었던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나는 그럼, 행복하게 자랐나? 속이 뒤틀린다. 그래, 그날 네게 다 쏟아냈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열이 받았던 건 분명히.
네게서 개를 ‘받아왔을 때’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본 적이 있는 개냐고 물어보고 다녔다. 지하와 옥상, 공장에서 숨겨져 있던 공간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이 개는 처음 본다고 말을 했다. 제야의 다른 이가 개를 데리고 왔길래, 나는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그래서 더 쉽게 데리고 왔다. 애초부터 훈련된 채 공장에 버려져 있던 개를 네가 데리고 온 줄 알아서. 근데 아무도 개의 출처에 대해서 모르잖아. 그럼 적어도 이곳에 오기 전 한 달 넘게라도, 네 명령을 들을 정도로 훈련시킨 개를 자신이 데리고 가도록 손 놓고 보기만 했다는 거야? 생각이 정리가 되면 한숨만이 자리에 남았다. 미친 새끼, 보통 애정을 붙잡아보려다가 안 되니까 질투를 하는 게 올바른 순서 아니야? 차마 네게 하지 못했던 말을 떠올렸다. 애정을 받지도 주지도 못한다면 넌 결국 애를 버리게 될 거야. 위로도 받아내지 못하잖아. 너는 이미 애가 주는 일방적인 사랑을 알고 있으면서, 아이를 데리고 가서 어떻게 키우려고? 결국 너도 똑같이 아이를 버리게 될 거야. 네 핏줄이 전혀 섞이지 않은 걸 탐내는 건 버릴 때 죄책감을 덜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 씨발, 왜 이렇게 열받지?
언제 이게 결핍을 채우려는 행동이라는 걸 깨달았지? 그래, 분명 같이 다니던 놈들 중 하나가 죽었을 때. 중학생 때부터 가출하고 난 뒤의 현재까지, 그 아이는 내 편이었다. 부모님은 나를 거절했지만, 너만은 내 꿈을 믿어주었고 나와 같이 이 바닥에 같이 들어와 줬다. 그래서 기꺼이 내어줬어, 네가 원하는 대로 하고, 널 이해하고, 애정을 건네주고, 그걸로 너는 나에게…. 그게 일상이 되었고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아주 흔한 몸싸움에 휘말려 시체를 발견했을 때, 숨을 쉴 수 없었다. 네가 없으면 나는 누구에게 이 애정을 쏟지? 나한테는 누가 이걸 돌려주고 내게 신뢰를, 누가, 누가 대체, 내 편을 들어주는데. 그래서 도망치려고 했던 거야. 연기의 꿈도 전부 잊어버리고 다시 착한 아들이 되면 내 삶은 잃어도 애정을 주고받을 수는 있겠지. 아, 나는 그래서 부모님의 치료를 포기하고 중독사 시키기로 했다. 내가 당신들에게 원하는 약을 쥐여주면 웃어주니까.
이 바닥에서 결핍을 채우는 건 아주 쉬웠다. 그런 과거를 지닌 사람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것처럼, 정에 메말라 있는, 애정을 바라는 ‘불쌍한’ 과거사를 지닌 이들이 많아서. 상사면 예쁨을 달라고 개처럼 굴고, 부하라면 네가 예쁘니까 봐줄게,라는 말로 속삭여 내 편을 만들었다. 물론,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뭐, 그럴 수 있지. 선택지를 건넸을 때 내 편이 되질 않는 선택지를 고른 이들을 굳이 돌볼 필요는 없으니까. 더 많이 있으면 좋은 거고, 싫다는 이들을 붙잡을 필요는 없었다. 말했잖아, 이 바닥에 ‘불쌍한' 과거사를 가진 이들은 넘쳐흐른다니까.
"불쌍한 주인님도 싫고, 미친 새끼도 싫으니 미친 주인님으로 하죠. 계속 널 가지고 놀 거라는 뜻입니다."
왜? ‘너’도 애정을 원하잖아. 그래서 선택지를 건넸다. 내 편이 될 건지, 아니면 적이 될 건지. 같은 소속원이라 완전히 배제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일하는 공간이 달랐고 이 공장에 오기 전까지 너는 소문으로만 듣기나 했다. 그러니까, 이 공장을 벗어나면 너랑 만날 일이 없다는 뜻이지. 내 편이라면 굳이 시간을 잡아 만날 테고 아니라면 이게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었다. 근데 그 모든 걸 고르지 않고 고작 정액덩어리, 내가 애정을 건넬 것이라 말한 그것에게 질투를 했다. 너와 함께 이곳에 왔지만 널 버리고 애정을 주는 날 선택한 개를 붙잡지도 못하고. 속이 뒤틀렸다. 너도 받을 수 있어. 너도, 선택만 한다면…. 그래서 더 네게 모질게 소리쳤다. 넌 애정을 받아먹지 못하면 죽을 거야. 평생 가지지 못한 걸 질투하면서 살아. 왜냐하면, 너는 감히 내가 주는 애정을 거부했으니까…? 미친, 미친 새끼, 송태화, 미쳤어? 아, 그래, 분명 약으로는 뇌가 망가진 게 회복이 완벽하게 안 되는 게 분명했다. 완벽한약이아니라고했으니까부작용도있었고몸의회복을빠르게해주는거지정신적인문제는건들기힘들테니까아무리기적을주는약이라도분명. 분명, 정신 충격을 회복 시켜주지 못한 게 분명했다. 이대로 도망쳐서 다시는 만나지 않으면 돼.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래왔던 것처럼….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미친 새끼를 찾는 건 정말로 쉬운 일이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눈을 돌리면 네가 보였다. 네가 눈에 밟혀서, 결국 근처에 제야의 사람들이 전부 없어서 너도, 나도 연기를 할 필요 없을 때 말을 걸었다. 약을 찾고 있다니, 약만 주고 가야지. 생각보다 순하게 굴길래, 자신도 그렇게 반응을 했다. 자신이 툭 건들면 반응해 오는 게 재미있어서. 저번처럼 그렇게 다루지만 않으면 섹스하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니까. 따라오라고 손짓하니 따라오고, 방이 더러워서 기겁을 하며 잡아끌고 오니 또 순순히 끌려오고. 천천히 널 긁어냈다. 어디까지 받아줄까. 조금씩, 조금씩 너를 긁고 그에 따라오는 반응을 살폈다. 정말 마지막으로 내던진 말에는, 주먹이 날아오는 걸 각오했다. 아, 또 약을 써버리고 말겠지. 그래서 목을 쥔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정말로 이제는 네게 미련 가지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근데, 말은 똑바로 해야지.
난 아이를 버리지 못하는 것뿐이야. 그 아이가 자라서 애정을 준다고 해도 날 버리지 않고 떠날지 내게 남아있을지 행복하게 살지, 행복하지 않게 살지, 제대로 된 사람으로 클지, 아니면 나처럼 주어진 길에서 탈선해서 이 바닥에 들어오는 걸 볼지, 아무도 몰랐다. 그 아이가 날 물어뜯는다는 건 임신한 상태로는 절대,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너보다도 못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었다. 출발선이 다를 뿐이지. 부모님이 있었던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나는 그럼, 행복하게 자랐나? 속이 뒤틀린다. 그래, 그날 네게 다 쏟아냈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열이 받았던 건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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