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디아] 붙잡았던 손에 남은 온기가 기분이 좋아서
모르포
25-09-03 16:29
1
"하아...."
한숨을 한 번 쉬니 주위의 연구원들이 단번에 조용해지는 공기를 느꼈다. 머리가 아파졌다. 소식을 듣자마자 오느라 제대로 머리를 묶지도 못했다. 그래서 와보니까, 하는 말이 XX 번 실험체가 탈출했단다. 너무 불쌍해 보여서 풀어주고 싶었단다. XX 번 실험체는 사나운 동물이면서 환상을 사용하니까 매번 조심하라는 소리를 담당자를 만날 때마다 매번 했던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잘 못 됐지? 그런 놈을 담당자로 만든 것? 어제부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리가 아파졌다. 포기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쭈뼛쭈뼛 다가오는 연구원 하나가 보였다. 분명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었지,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했으면 좋겠는데.
"거기."
"네, 네!!"
"왜 그래요, 무슨 할 말 있어요?"
"그, 그게, 이, 이다음부터는 저희가 최대한 열심히 할 테니까 가서 쉬고 오시는 게 어, 어떠세요!"
용감한걸. 순간 둘러본 연구원들의 눈빛을 보아하니 대충 그런 눈빛이었다. 용감하긴, 너네가 말 하나 못 꺼낸 거였으면서. 그 말에 손을 뻗어 물방울 모양을 그려내 청결 마법을 몸에 걸고 끈을 꺼내 양갈래로 낮게 묶어내고서는 연구복을 벗고 옆에 내려놨다. 그러고 보니 잠옷을 아직도 입고 있었네. 아무리 다들 쉬고 왔다고 해봤자 내가 계속 있으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겠지.
"알겠어요. 대신 문제가 생기면 그 연구복, 벗는 각오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짧은 환호를 표현하는 연구원들을 한 번씩 노려보고 밖으로 나왔다. 결과물을 보고서로 써서 올리기도 해야 하고, 그리고 뭘 해야 하더라? 머릿속이 복잡했다. 졸리진 않았지만 배가 고프고 어제는 하라를 볼 수 있었는데,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지금 식당에 가면 있을까? 같은 짧은 생각을 하면서 식당에 도착하면 역시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시간이라 식사하는 이들은 몇 명 없었다. 간단한 온면을 시켜 받아 테이블에 앉아 한입 먹으면 따뜻한 국물이나 면이 몸을 풀어내는 것 같았다.
"하아,.... 아...."
"한숨을 쉬다니, 어울리지 않는걸요. 플레디아."
"그렇지만 사고를 친 애들하고 서류 쓸 걸 생각하면..... 어, 앗, 하라!"
"잠시 들려야 할 일이 있어서, 놔줬나 보네요."
"그렇게 울면서 제발 가달라고 비는데 놔줘야죠. 연대책임이라지만 당사자 외에는 다 불쌍하게 가시방석 위에서 달궈진 애들인데."
하라를 보면 아까까지 우중충했던 얼굴이 금방 펴지면서 후후, 웃어냈다. 하라의 조금 부끄러워하는 얼굴은 언제 봐도 즐겁다니까. 조금 더 같이 있고 싶기도 하고, 놀리고 싶어서 손을 뻗어 하라의 손을 잡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의 당황스러운 목소리와, 비명, 무언가가 엎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만 마침 손을 잡았던 하라와 내 손에도 액체가 튀었다. 급하게 그 뒤에 많은 액체를 뒤집어쓰지 않도록 마법을 그려내서 온몸에 뒤집어쓰진 않았지만. ... 이런 짓을 식당에서 하는 이들이 누구지. 신경질적이게 손을 뻗으니 무언가가 같이 오면서 미묘하게 손이 안 펴지는 듯한 그런..... ... . . 어?
"프, 플레디아, 잠시만."
어? 당황스러운 소리가 내 입에서 나왔나? 자신의 손과 같이 딸려온 하라의 손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잡은 그 손 모양 그대로, 붙어버렸다. 손이. 바로 원흉이 되는 쏟아낸 연구원 두 명에게 고개를 돌리니 90도로 몸을 숙인다. '절대 떨어지지 않는 액체' 범죄자들이나 실험체들 강제 진압용으로 종종 쓰는 거지만, 이걸 이렇게 쏟아버리다니. 다행히 액체의 양이 많지도 않고 마법으로 막은 덕분에 얼마 피해는 받지 않았지만 나와 하라를 포함해 주위 연구원 몇 명의 몸이 붙어버렸다. 손은 그나마 다행인 부위에 속하는 거 같지만, 나나 하라는. 어제오늘 왜 이리 한숨 쉬는 일이 많이 나올까. 그 연구원에게 자신의 연구소로 가서 오늘 하루 자리를 비울 테니 제대로 하고 있으라는 말을 보냈다. 적당히 하루를 보내면 떨어질 테니까 그 정도면 괜찮겠지.
"하라, 어쩔 수 없네. 내 연구소는 괜찮으니까 옆에서 구경해야겠어."
"정말 침착하네요, 당신."
"후후, 그래?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하라랑 붙어버렸는걸. 손을 잡아서 장난을 치려고 했던 내 잘못도 있고. 그래도 나 배고프니까 옆에 잠시만 있어줘요. 금방 먹을테니까."
"처, 천천히 먹어요."
이 상황이 얼마나 큰일인지는 알았지만 미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하라의 붉어진 얼굴이나, 옆에서 기웃거리는 하라의 조수의 모습을 보다 보면. 말대로온면을 천천히 먹어 이틀 만의 첫 끼를 마무리하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하-라-. 그러고 보니 그럼 우리 잠도 같이 자겠네요. 오랜만이지, 그치."
"이런 상황이 되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죠."
"하라도 엄청 침착해 보이는걸요. 나는 엄청 두근두근한데."
다시 펑, 터진 붉어진 표정을 보면서 히히 웃어버렸다. 하루 종일 이렇게 놀리면 혼나겠지. 연구소에 들어갈 때까지만 몇 번 놀리다가 그다음부터는 조용해졌다. 일을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줘야 했으니까, 간단하게 인사를 건네고 하는 일은 알고 있으니까 그 주위를 둘러보면서 확인해주고. 이틀 동안 못 들은 보고가 있다면 적당히 들어두고. 하라가 잠시 쉴 때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불려가서 잔소리 듣기 싫으니까 미리미리 작성해둬야지. 실험체의 탈출은 저지했고 담당자를 정신계 마법이 특출한 이로 교체했고... .... .. .. 졸려. 잠깐 의자에 앉아있던 하라의 어깨 위로 고개를 기대버렸다. 움찔, 그 뒤에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기댄 제 머리를 밀어내지 않는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뒤로 잠깐 눈이 감겼었던 것 같다.
한참 지나 일어나 보면 이미 저녁 시간인 것 같았고 주위의 사람은 전부 들어간 것 같았다. 조용한 연구소라니, 좋다.
"일어났으면 눈 뜨고 나와요. 플레디아."
"하라가 뽀뽀 안 해주면 안 일어날 건데요?"
"장난치지 말아요."
"장난 아니에요. 정말."
이쯤 이면 화낼 테니 10초만 세고 일어나야지, 하는 순간에 볼가에 닿는 입술의 느낌에 웃으면서 눈을 뜨고 옆에 있는 하라를 꼭 끌어안았다. 귀엽기는, 장난은 그만 치라고 매번 하면서 이렇게 어울려준다는 것에서 그만두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을까. 한쪽으로 묶인 머리카락을 한 번 보고, 눈을 마주했다가, 몸을 일으켰다. 방으로 가요. 매번 내가 찾아갔던 것처럼 하라의 방으로 갈까요? 산책도 하고?
방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근처 산책도 자유롭게 하면서 느긋하게 빙 돌아온 길. 옷은 잠옷이니까 상관없겠지. 침대에 걸터앉아 얼굴을 한 번 쓸어봤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하라,"
"자는 건 그렇게 문제는 없을 거 같고... 내일 아침에는 풀려야 할 텐데, 그-"
쪽, 다른 이야기를 하는 하라에게 입을 맞추고서는 그대로 어깨를 잡아 침대에 눕혔다. 이렇게 붙어있고, 밤이고, 같은 방인데, 얼굴이 빨개진 하라의 뺨 위에 볼을 부비고서는 쪽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아래로 조금씩 손을 내렸다. 자세는 조금 불편하지만 별다른 건 없으니까. 귀여운 표정. 조수도 잘 내보냈고 우리 둘인데.
.
.
.
"아, 떨어졌다."
아침에 푹 자고 일어나니 손목이 자유로웠다. 아쉬운 기분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지. 활짝 웃으면서 하라를 쳐다보니 여전히 시선을 못 마주치고 있어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가 한두 번 한 사이도 아닌데, 아직도 부끄럽나 봐. 그런 모습이 귀여운거지만요. 그래도.
"하라, 오늘 밤에 또 오고 싶어요."
"오늘도, 네? 그, 그, 그게..."
"후후, 부끄러워요? 하라, 빨개졌는걸. 그럼, 좋아요. 오늘은 하라가 내 방에 와요."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벗어난 다음에 고개를 숙여 앉아있는 하라와 눈을 마주쳤다. 오늘은 보고서만 작성하고 제대로 연구 확인만 내리면 되니까 저녁에는 반드시 시간이 빌 테니까.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하라. 알았죠?"
하라에게 손을 흔들면서 밖으로 나왔다. 뒤로 이어지는 하라의 목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밖으로 나와버렸다. 묘하게 기분이 들떴다. 사고가 전부 처리되어서 그런 건지, 무엇인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 기분 좋은 이유에 계속 붙잡았던 손에 남은 작은 온기가 들어갈 것이라는 것. 후후, 오늘도 즐거운 하루의 시작이네.
한숨을 한 번 쉬니 주위의 연구원들이 단번에 조용해지는 공기를 느꼈다. 머리가 아파졌다. 소식을 듣자마자 오느라 제대로 머리를 묶지도 못했다. 그래서 와보니까, 하는 말이 XX 번 실험체가 탈출했단다. 너무 불쌍해 보여서 풀어주고 싶었단다. XX 번 실험체는 사나운 동물이면서 환상을 사용하니까 매번 조심하라는 소리를 담당자를 만날 때마다 매번 했던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잘 못 됐지? 그런 놈을 담당자로 만든 것? 어제부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리가 아파졌다. 포기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쭈뼛쭈뼛 다가오는 연구원 하나가 보였다. 분명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었지,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했으면 좋겠는데.
"거기."
"네, 네!!"
"왜 그래요, 무슨 할 말 있어요?"
"그, 그게, 이, 이다음부터는 저희가 최대한 열심히 할 테니까 가서 쉬고 오시는 게 어, 어떠세요!"
용감한걸. 순간 둘러본 연구원들의 눈빛을 보아하니 대충 그런 눈빛이었다. 용감하긴, 너네가 말 하나 못 꺼낸 거였으면서. 그 말에 손을 뻗어 물방울 모양을 그려내 청결 마법을 몸에 걸고 끈을 꺼내 양갈래로 낮게 묶어내고서는 연구복을 벗고 옆에 내려놨다. 그러고 보니 잠옷을 아직도 입고 있었네. 아무리 다들 쉬고 왔다고 해봤자 내가 계속 있으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겠지.
"알겠어요. 대신 문제가 생기면 그 연구복, 벗는 각오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짧은 환호를 표현하는 연구원들을 한 번씩 노려보고 밖으로 나왔다. 결과물을 보고서로 써서 올리기도 해야 하고, 그리고 뭘 해야 하더라? 머릿속이 복잡했다. 졸리진 않았지만 배가 고프고 어제는 하라를 볼 수 있었는데,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지금 식당에 가면 있을까? 같은 짧은 생각을 하면서 식당에 도착하면 역시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시간이라 식사하는 이들은 몇 명 없었다. 간단한 온면을 시켜 받아 테이블에 앉아 한입 먹으면 따뜻한 국물이나 면이 몸을 풀어내는 것 같았다.
"하아,.... 아...."
"한숨을 쉬다니, 어울리지 않는걸요. 플레디아."
"그렇지만 사고를 친 애들하고 서류 쓸 걸 생각하면..... 어, 앗, 하라!"
"잠시 들려야 할 일이 있어서, 놔줬나 보네요."
"그렇게 울면서 제발 가달라고 비는데 놔줘야죠. 연대책임이라지만 당사자 외에는 다 불쌍하게 가시방석 위에서 달궈진 애들인데."
하라를 보면 아까까지 우중충했던 얼굴이 금방 펴지면서 후후, 웃어냈다. 하라의 조금 부끄러워하는 얼굴은 언제 봐도 즐겁다니까. 조금 더 같이 있고 싶기도 하고, 놀리고 싶어서 손을 뻗어 하라의 손을 잡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의 당황스러운 목소리와, 비명, 무언가가 엎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만 마침 손을 잡았던 하라와 내 손에도 액체가 튀었다. 급하게 그 뒤에 많은 액체를 뒤집어쓰지 않도록 마법을 그려내서 온몸에 뒤집어쓰진 않았지만. ... 이런 짓을 식당에서 하는 이들이 누구지. 신경질적이게 손을 뻗으니 무언가가 같이 오면서 미묘하게 손이 안 펴지는 듯한 그런..... ... . . 어?
"프, 플레디아, 잠시만."
어? 당황스러운 소리가 내 입에서 나왔나? 자신의 손과 같이 딸려온 하라의 손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잡은 그 손 모양 그대로, 붙어버렸다. 손이. 바로 원흉이 되는 쏟아낸 연구원 두 명에게 고개를 돌리니 90도로 몸을 숙인다. '절대 떨어지지 않는 액체' 범죄자들이나 실험체들 강제 진압용으로 종종 쓰는 거지만, 이걸 이렇게 쏟아버리다니. 다행히 액체의 양이 많지도 않고 마법으로 막은 덕분에 얼마 피해는 받지 않았지만 나와 하라를 포함해 주위 연구원 몇 명의 몸이 붙어버렸다. 손은 그나마 다행인 부위에 속하는 거 같지만, 나나 하라는. 어제오늘 왜 이리 한숨 쉬는 일이 많이 나올까. 그 연구원에게 자신의 연구소로 가서 오늘 하루 자리를 비울 테니 제대로 하고 있으라는 말을 보냈다. 적당히 하루를 보내면 떨어질 테니까 그 정도면 괜찮겠지.
"하라, 어쩔 수 없네. 내 연구소는 괜찮으니까 옆에서 구경해야겠어."
"정말 침착하네요, 당신."
"후후, 그래?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하라랑 붙어버렸는걸. 손을 잡아서 장난을 치려고 했던 내 잘못도 있고. 그래도 나 배고프니까 옆에 잠시만 있어줘요. 금방 먹을테니까."
"처, 천천히 먹어요."
이 상황이 얼마나 큰일인지는 알았지만 미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하라의 붉어진 얼굴이나, 옆에서 기웃거리는 하라의 조수의 모습을 보다 보면. 말대로온면을 천천히 먹어 이틀 만의 첫 끼를 마무리하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하-라-. 그러고 보니 그럼 우리 잠도 같이 자겠네요. 오랜만이지, 그치."
"이런 상황이 되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죠."
"하라도 엄청 침착해 보이는걸요. 나는 엄청 두근두근한데."
다시 펑, 터진 붉어진 표정을 보면서 히히 웃어버렸다. 하루 종일 이렇게 놀리면 혼나겠지. 연구소에 들어갈 때까지만 몇 번 놀리다가 그다음부터는 조용해졌다. 일을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줘야 했으니까, 간단하게 인사를 건네고 하는 일은 알고 있으니까 그 주위를 둘러보면서 확인해주고. 이틀 동안 못 들은 보고가 있다면 적당히 들어두고. 하라가 잠시 쉴 때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불려가서 잔소리 듣기 싫으니까 미리미리 작성해둬야지. 실험체의 탈출은 저지했고 담당자를 정신계 마법이 특출한 이로 교체했고... .... .. .. 졸려. 잠깐 의자에 앉아있던 하라의 어깨 위로 고개를 기대버렸다. 움찔, 그 뒤에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기댄 제 머리를 밀어내지 않는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뒤로 잠깐 눈이 감겼었던 것 같다.
한참 지나 일어나 보면 이미 저녁 시간인 것 같았고 주위의 사람은 전부 들어간 것 같았다. 조용한 연구소라니, 좋다.
"일어났으면 눈 뜨고 나와요. 플레디아."
"하라가 뽀뽀 안 해주면 안 일어날 건데요?"
"장난치지 말아요."
"장난 아니에요. 정말."
이쯤 이면 화낼 테니 10초만 세고 일어나야지, 하는 순간에 볼가에 닿는 입술의 느낌에 웃으면서 눈을 뜨고 옆에 있는 하라를 꼭 끌어안았다. 귀엽기는, 장난은 그만 치라고 매번 하면서 이렇게 어울려준다는 것에서 그만두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을까. 한쪽으로 묶인 머리카락을 한 번 보고, 눈을 마주했다가, 몸을 일으켰다. 방으로 가요. 매번 내가 찾아갔던 것처럼 하라의 방으로 갈까요? 산책도 하고?
방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근처 산책도 자유롭게 하면서 느긋하게 빙 돌아온 길. 옷은 잠옷이니까 상관없겠지. 침대에 걸터앉아 얼굴을 한 번 쓸어봤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하라,"
"자는 건 그렇게 문제는 없을 거 같고... 내일 아침에는 풀려야 할 텐데, 그-"
쪽, 다른 이야기를 하는 하라에게 입을 맞추고서는 그대로 어깨를 잡아 침대에 눕혔다. 이렇게 붙어있고, 밤이고, 같은 방인데, 얼굴이 빨개진 하라의 뺨 위에 볼을 부비고서는 쪽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아래로 조금씩 손을 내렸다. 자세는 조금 불편하지만 별다른 건 없으니까. 귀여운 표정. 조수도 잘 내보냈고 우리 둘인데.
.
.
.
"아, 떨어졌다."
아침에 푹 자고 일어나니 손목이 자유로웠다. 아쉬운 기분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지. 활짝 웃으면서 하라를 쳐다보니 여전히 시선을 못 마주치고 있어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가 한두 번 한 사이도 아닌데, 아직도 부끄럽나 봐. 그런 모습이 귀여운거지만요. 그래도.
"하라, 오늘 밤에 또 오고 싶어요."
"오늘도, 네? 그, 그, 그게..."
"후후, 부끄러워요? 하라, 빨개졌는걸. 그럼, 좋아요. 오늘은 하라가 내 방에 와요."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벗어난 다음에 고개를 숙여 앉아있는 하라와 눈을 마주쳤다. 오늘은 보고서만 작성하고 제대로 연구 확인만 내리면 되니까 저녁에는 반드시 시간이 빌 테니까.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하라. 알았죠?"
하라에게 손을 흔들면서 밖으로 나왔다. 뒤로 이어지는 하라의 목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밖으로 나와버렸다. 묘하게 기분이 들떴다. 사고가 전부 처리되어서 그런 건지, 무엇인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 기분 좋은 이유에 계속 붙잡았던 손에 남은 작은 온기가 들어갈 것이라는 것. 후후, 오늘도 즐거운 하루의 시작이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