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푸른 달 (커뮤)
모르포 25-09-03 17:03 2
사람을 죽이고 살아나는 걸 보고, 광기를 보며 웃고 약물에 취한 사람을 경멸하고 혹은 카드를 뽑은 사람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박수를 치거나 카드 안의 나 자신을 보고 짜증을 내는 것. 누군가가 대화를 하면 평범하게 답을 하거나 화를 내고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는 것. 코인을 벌자고 제안하면 저항 없는 이를 죽이고 자판기 앞에 서서 굿즈를 뽑아내는 것. 이 모든 곳이, 저기 있는 사람이 미친놈들이라 칭하면서 개인실이 아닌 투기장에서 몸을 늘어트리고 구경하는 것. 이 모든 것은 하나를 이야기했고, 하나를 가리켰다. 내가 이곳에 점차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악몽이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은 현실이었다는 점을, 내가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과거의 꿈이었다는 점을. 점차 느리게 시즌이 끝나는 시간이 다가오면 자신도 인정하고 있었다. 이미 지친 것이 분명했다. 모든 것 하나하나에 소리를 지르면서 반응하는 것이. 물론 그것은 내 성격이기도 했기에 인정하더라도 다르지 않을 테고 내 별명과 캐릭터성의 특징에 추가될 뿐이겠지.



 내가 이능력자가 아니면 지금쯤 풀려나서 집에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예전에 보았던 책이나 영화, 만화, 게임들을 보면 이런 능력을 갖추고 괴로워하면서 항상 내뱉는 대사가 있었다. '이런 능력, 가지고 싶지 않았는데!' 같은 것. 그것을 볼 때만 해도 능력 가지고 편하게 살았으면서 이제 와서 뭐라는 거야. 하고 반응했지만, 이곳에 온 순간부터 항상 그걸 외치고 있었다. 물론, 특별 시민으로 혼자 독립되어 살아갔던 것도 특혜라면 특혜였겠지. 나에게는.



 살인의 처음이 너무나도 새로운 것이었을 뿐이었다. 애초에 따지고 들어가면 내 잘못도 있었지. 능력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소소한 능력만 써온 것이나,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고 혼자 살아갈 수 있다며 틀어박힌 점이나, 너무 큰 충격에 빠져 제대로 조사를 받지 않았던 것…. 객관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는 이렇지만 여전히 내 머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이 왜 내 잘못이냐면서. 파고 들어가면 아무의 잘못도 아니게 될 것이지만 결국 결과적으로 나는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 하니까. 실적을 내서 휴가를 나가서 얻을 수 있는 게 있나? 글쎄, 투기장의 선수라는 낙인찍힌 시선과 생각들. 희망고문 일뿐인데.



 혼자 있으면서 얻게 된 나쁜 버릇은 남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내가 그렇게 판단해서 그 사람의 생각을 정해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저 관객석들은, 바깥의 다른 사람들은, 나를 분명히 살인자나 문제가 있는 이능력자로 보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할 게 분명하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나를 미친놈이라 정의 내리기 어려웠다. 그래, 그냥…. 이 곳에서 미치지 않고 사람을 죽지 않고 쇼를 하지 않으며, 팬들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텐데도.



 정기 방송의 끝, 이게 끝나더라도 여전히 나는 이 곳에 있을 것이며 나가지도 못하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코인을 벌며, 초커를 목에 찬 채로 살아갈 게 뻔했다. 정기 방송으로 인해서 달라진 점이라고 하자면 내가 이미 이 짓거리에 지쳤다는 걸 확실하게 알았다는 정도겠지. 투기장을 한 번 둘러보고, 대기실이 있는 곳을 한 번 보고, 다시 천장을 바라본다. 누군가에게는 이 곳이 집이고, 피난처거나, 편안한 장소겠지만 제게는 영원히 빠져나가지 못할 감옥이고, 그 생각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매번 천장을 볼 때마다 느꼈다. 매번 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하늘에 떠 있는 것을 꿈으로 꾸는 이유는 절망에서 비롯된 절망일까, 아니면 다시 못 볼 푸른 하늘에 대한 갈망일까.



 조명을 오래 본 탓인지 눈이 버티지 못해 지끈거리는 아픔과 함께 감아버렸다.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꿈을 깨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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