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묵] 인간이 만들어낸 바다 앞에서의 아쉬움
모르포
25-09-03 17:12
2
연회는 끝이 났다. 꽤 무리해서 온 일정이었으나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체묵은 꽤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배에 올라타고 있었다. 찝찝한 냄새와 발에 걸리던 무엇인지 모를 썩은 것들을 더 밟지 않고 위협에서 벗어나 안전하며 깨끗한 곳으로 가고 있음에도 시선이 떨어지질 않았다. 작은 배의 난간을 붙잡고 점점 멀어지는 몽유도를 바라보던 그는 결국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 고개를 돌려 안쪽으로 들어가는 걸 선택했다.
긴 시간이 흐르고 배에서 내리면 미리 말을 맞춰둔 매장 안으로 들어가 상의부터 신발까지, 전부 갈아입고 그곳에서 입었던 것들은 폐기했다. 물론 이번 일정에 대해서 부모님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을 테지만 은연중 몽유도의 냄새가 같이 묻어있었을 테니까. 이곳은 인어가 인간의 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곳. 인어에게 무릎 꿇고 왔다는 걸 이곳의 인간들이 듣는다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었다. 머리를 만지고, 옷을 갈아입고 흔적을 없애고 혹시 몰라 향수까지 뿌린다면 돌아갈 준비는 끝났다. 물론, 체묵은 돌아가기 싫었지만. 솔직히 체묵은 연회에서 어느 정도의 수확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몽유도에 가는 이유는 오로지 고기 때문이긴 했지만 '연회'라는 말이 더해지면 기대하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넓은 바다를 거절하고 작은 수조에 스스로 들어오는 인어들은 손에 꼽을 정도긴 했으나, 한 마리 정도는. 그래, 기대를 꽤 많이 했다. 결국 혼자 돌아오게 되었지만 말이다.
자신이 매장으로 왔을 때 이미 비서에게 연락이 간 모양인지, 준비되어 있는 차에 당연하게 올라타며 앞으로의 일정을 듣는다. 회사에 갔다가, 집으로 갔다가, 그렇게 이어서 '그곳'으로. 일주일 동안 저를 보지 못하고 수조에서 먹이만 받아먹으며 행복하게 살았을 물고기들을 만나는 건 아직 멀었다는 사실에 꽤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푹신한 의자에 등을 푹 기대었다.
"아, 대형 수조는?"
"이미 준비가 다 되어있습니다."
"아쉽네."
배에서 이미 정리하고 왔을 감정이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대형 수조가 완공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다시 아쉬움이 떠올랐다. 푸른 물 안에서 헤엄치는 흰색 고래를 본다면 정말, 만족스러웠을 텐데. 물론 앞으로 몇 번 더 호감을 쌓아 믿음을 만들어낼 예정이긴 했으나 쉽게 떨어져 나가진 않았다. 대형 수조에 원래 무엇을 넣으려고 했더라, 이번에 새로 들어오는 것들 중에서 큰 인어를 하나 사와야 하나,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차가 멈췄고, 체묵은 잡생각들을 치워버리며 다른 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에서 흔하게 맡았던 혈향이 주위에 가득 퍼진 걸 느끼며 체묵은 피로 얼룩진 손을 뗐다. 바닥에는 배에 칼이 꽂혀 헐떡이는 인어가 있었고 다리에 있던 지느러미들이 잘려 나가 주위에 그 흔적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필사적으로 비명을 삼키며 우는 게 마음에 들어 칼을 빼냈다가 재차 안쪽을 쑤셔주니 이번에는 듣기 좋은 신음과 비명을 내지르며 눈을 질끈 감는 모습에 소리 내어 웃었다. 옆에 있던 물양동이를 들어 인어의 얼굴에 붓고 수건으로 꼼꼼히 닦아주면 얼굴만 깨끗한 모습이, 목까지만 남아있는 피가 절취선이라도 된 것처럼 보며 주위에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을 손짓 해 불러냈다. 반항하지 못하게 몸을 위에서 짓누르면 기술자가 눈을 깔끔하게 도려내고 약품이 든 병에 넣으면 일은 끝났다. 자신이 사고 수조에 데리고 온 인어긴 했으나 이 푸른 눈을 마음에 들어 한 부자가 하나 있었다. 인어의 눈을 모으는 수집가라고 했나? 몸은 필요 없다고 했으니. 기술자와 다른 인원들이 일을 끝내고 가면 한쪽 눈으로 울고 있는 인어를 내려다봤다. 이런 인어들을 살려 몽유도에 던져 놓으면 이것들도 그곳에서 본 인어들과 똑같이 인간 따위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나오며 더러운 곳에서 뒹굴고 일을 하며 하루를 벌고 먹으며 살아갈까. 생각을 하느라 조용히 내려보기만 했더니 인어는 한참을 울다가 딸꾹질을 하고 결국에는 벌벌 떨며 조용해졌다. 그리고 곧, 희망을 얻었는지 어떠한 용기가 생겼는지 입을 움직여 살려달라고 말했다. 체묵은 그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리며, 아까 절취선 같다고 생각한 목에 굳은 핏자국을 따라 톱으로 살을 베어내는 행동으로 인어의 말에 답했다. 그저,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오늘은 만족했다는 듯이 체묵이 방을 나서자 다른 이들이 들어와 이제 단순한 고기가 된 인어의 시체를 들고 나갔으며 이 모습들을 유리에 붙어 볼 수 밖에 없었던 인어들에게는 귀한 인간 고기가 주어졌다.
체묵은 작은 수조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 더 걸어 대형 수조 하나를 만든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벽 한 면이 하나의 대형 수조로 이루어진 곳. 바다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진 것, 푸른 물이 가득 찬 곳은 비어있었다. 오늘 보았던 인어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큰 인어가 없었던 것도 있었으며 아직 몽유도에 있을 흰고래를 잊지 못해서도 있었다. 어린아이가 정말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잊지 못해서 떼를 쓰는 것처럼. 이걸, 소유욕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그저 괴롭힘이라고 불러야 할까. 하얀색 물고기가 귀하다면 귀했으나 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돈을 좀 더 쓰면 분명 구할 수는 있을 테다. 하지만 바다에서 헤엄치는 기분을 알고 있는 물고기를 구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바다를 헤엄치던 물고기를 데리고 와 바다와 비슷하게 만들어졌지만 바다가 아닌 인간이 만든 수조에 넣어두고 자신은 구경을 하는 것. 바닷속을 헤엄치는 모습을 인간인 체묵은 보지 못하지만 바닷속과 비슷한 대형 수조에서 헤엄치는 모습은 볼 수 있다는 점이. 푸른 물 안에서 움직이는 하얀 고래는 아름답겠지. 고작 일주일의 만남과 하룻밤의 정사였으나 그 아름다운 하얀색에 홀렸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꽤 마음에 들었다. 푸른 물에서 헤엄치는 걸 바라보는 건 더욱 만족스럽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나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몽유도가 그리워졌다. 다른 이에게 말한다면 미쳤냐는 소리를 듣겠지, 이번에 간다면 만날 수 있을까, 잊진 않을까. 짧은 생각이 잠시 이어지면 무리를 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몽유도에 가겠다는 다짐을 한 체묵은 혼자 어이없는 생각이라 생각하고 웃으며 대형 수조를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겨 바깥으로 나섰다. 어떤 행동으로 호감을 살지에 대한 생각을 하며.
긴 시간이 흐르고 배에서 내리면 미리 말을 맞춰둔 매장 안으로 들어가 상의부터 신발까지, 전부 갈아입고 그곳에서 입었던 것들은 폐기했다. 물론 이번 일정에 대해서 부모님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을 테지만 은연중 몽유도의 냄새가 같이 묻어있었을 테니까. 이곳은 인어가 인간의 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곳. 인어에게 무릎 꿇고 왔다는 걸 이곳의 인간들이 듣는다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었다. 머리를 만지고, 옷을 갈아입고 흔적을 없애고 혹시 몰라 향수까지 뿌린다면 돌아갈 준비는 끝났다. 물론, 체묵은 돌아가기 싫었지만. 솔직히 체묵은 연회에서 어느 정도의 수확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몽유도에 가는 이유는 오로지 고기 때문이긴 했지만 '연회'라는 말이 더해지면 기대하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넓은 바다를 거절하고 작은 수조에 스스로 들어오는 인어들은 손에 꼽을 정도긴 했으나, 한 마리 정도는. 그래, 기대를 꽤 많이 했다. 결국 혼자 돌아오게 되었지만 말이다.
자신이 매장으로 왔을 때 이미 비서에게 연락이 간 모양인지, 준비되어 있는 차에 당연하게 올라타며 앞으로의 일정을 듣는다. 회사에 갔다가, 집으로 갔다가, 그렇게 이어서 '그곳'으로. 일주일 동안 저를 보지 못하고 수조에서 먹이만 받아먹으며 행복하게 살았을 물고기들을 만나는 건 아직 멀었다는 사실에 꽤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푹신한 의자에 등을 푹 기대었다.
"아, 대형 수조는?"
"이미 준비가 다 되어있습니다."
"아쉽네."
배에서 이미 정리하고 왔을 감정이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대형 수조가 완공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다시 아쉬움이 떠올랐다. 푸른 물 안에서 헤엄치는 흰색 고래를 본다면 정말, 만족스러웠을 텐데. 물론 앞으로 몇 번 더 호감을 쌓아 믿음을 만들어낼 예정이긴 했으나 쉽게 떨어져 나가진 않았다. 대형 수조에 원래 무엇을 넣으려고 했더라, 이번에 새로 들어오는 것들 중에서 큰 인어를 하나 사와야 하나,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차가 멈췄고, 체묵은 잡생각들을 치워버리며 다른 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에서 흔하게 맡았던 혈향이 주위에 가득 퍼진 걸 느끼며 체묵은 피로 얼룩진 손을 뗐다. 바닥에는 배에 칼이 꽂혀 헐떡이는 인어가 있었고 다리에 있던 지느러미들이 잘려 나가 주위에 그 흔적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필사적으로 비명을 삼키며 우는 게 마음에 들어 칼을 빼냈다가 재차 안쪽을 쑤셔주니 이번에는 듣기 좋은 신음과 비명을 내지르며 눈을 질끈 감는 모습에 소리 내어 웃었다. 옆에 있던 물양동이를 들어 인어의 얼굴에 붓고 수건으로 꼼꼼히 닦아주면 얼굴만 깨끗한 모습이, 목까지만 남아있는 피가 절취선이라도 된 것처럼 보며 주위에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을 손짓 해 불러냈다. 반항하지 못하게 몸을 위에서 짓누르면 기술자가 눈을 깔끔하게 도려내고 약품이 든 병에 넣으면 일은 끝났다. 자신이 사고 수조에 데리고 온 인어긴 했으나 이 푸른 눈을 마음에 들어 한 부자가 하나 있었다. 인어의 눈을 모으는 수집가라고 했나? 몸은 필요 없다고 했으니. 기술자와 다른 인원들이 일을 끝내고 가면 한쪽 눈으로 울고 있는 인어를 내려다봤다. 이런 인어들을 살려 몽유도에 던져 놓으면 이것들도 그곳에서 본 인어들과 똑같이 인간 따위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나오며 더러운 곳에서 뒹굴고 일을 하며 하루를 벌고 먹으며 살아갈까. 생각을 하느라 조용히 내려보기만 했더니 인어는 한참을 울다가 딸꾹질을 하고 결국에는 벌벌 떨며 조용해졌다. 그리고 곧, 희망을 얻었는지 어떠한 용기가 생겼는지 입을 움직여 살려달라고 말했다. 체묵은 그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리며, 아까 절취선 같다고 생각한 목에 굳은 핏자국을 따라 톱으로 살을 베어내는 행동으로 인어의 말에 답했다. 그저,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오늘은 만족했다는 듯이 체묵이 방을 나서자 다른 이들이 들어와 이제 단순한 고기가 된 인어의 시체를 들고 나갔으며 이 모습들을 유리에 붙어 볼 수 밖에 없었던 인어들에게는 귀한 인간 고기가 주어졌다.
체묵은 작은 수조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 더 걸어 대형 수조 하나를 만든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벽 한 면이 하나의 대형 수조로 이루어진 곳. 바다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진 것, 푸른 물이 가득 찬 곳은 비어있었다. 오늘 보았던 인어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큰 인어가 없었던 것도 있었으며 아직 몽유도에 있을 흰고래를 잊지 못해서도 있었다. 어린아이가 정말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잊지 못해서 떼를 쓰는 것처럼. 이걸, 소유욕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그저 괴롭힘이라고 불러야 할까. 하얀색 물고기가 귀하다면 귀했으나 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돈을 좀 더 쓰면 분명 구할 수는 있을 테다. 하지만 바다에서 헤엄치는 기분을 알고 있는 물고기를 구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바다를 헤엄치던 물고기를 데리고 와 바다와 비슷하게 만들어졌지만 바다가 아닌 인간이 만든 수조에 넣어두고 자신은 구경을 하는 것. 바닷속을 헤엄치는 모습을 인간인 체묵은 보지 못하지만 바닷속과 비슷한 대형 수조에서 헤엄치는 모습은 볼 수 있다는 점이. 푸른 물 안에서 움직이는 하얀 고래는 아름답겠지. 고작 일주일의 만남과 하룻밤의 정사였으나 그 아름다운 하얀색에 홀렸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꽤 마음에 들었다. 푸른 물에서 헤엄치는 걸 바라보는 건 더욱 만족스럽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나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몽유도가 그리워졌다. 다른 이에게 말한다면 미쳤냐는 소리를 듣겠지, 이번에 간다면 만날 수 있을까, 잊진 않을까. 짧은 생각이 잠시 이어지면 무리를 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몽유도에 가겠다는 다짐을 한 체묵은 혼자 어이없는 생각이라 생각하고 웃으며 대형 수조를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겨 바깥으로 나섰다. 어떤 행동으로 호감을 살지에 대한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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