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텔루츠] 불멸은 자비인가?
모르포 25-09-03 17:13 3
처음, 살아날 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꽤 기뻐했던 것 같다. 한 번 밖에 없는 인간의 생을 하나 더, 심지어 일곱 번까지 준다고 하니 얼마나 신기하고 즐거운 일인가. 물론 목숨을 잃을 때마다 인류의 멸망을 앞당기는 일이니 쉽게 죽을 생각은 없었지만,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욕망을 제지당한 채로 오로지 그것을 악마에게만 풀 수 있도록 교육받았기에 아직 이렇게나 갈증이 나는데 이걸 채우지도 못하고 죽어버리는 건 좀 억울하지 않나. 그래, 처음에는.



 바람이 불어 몸이 차가워지자 눈을 떴다. 마지막 기억은 얼음 가시에 몸이 고정되어 고통받다가 죽여달라 애원하고 소리쳐 죽은 장면이니 부활했음을 알아차렸다. 이 전의 부활은 저택 안이었는데, 이번에는 정원인가. 굳이 제단 앞에서 살아나고 싶지는 않았는데. 눈을 돌리면 보이는 호수를 바라보며 일어나지 않고 다시 누워버렸다.



 세 번째 죽음. 처음과 두 번째는 그저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됨에 감사함을 올리고 구원자에게 자신의 피를 뿌리게 되었으니 회개의 기도를 올리고 죄책감에 몸부림쳤다. 선으로서 악을 없애기 위해 왔는데 오히려 악한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두려움을 견딜 수 없었으나 세 번을 죽고 나니 처음에는 기적이라 생각했던 부활이 역겨운 저주로만 느껴지기 시작했다. 고통을 벗어나는 그 순간에는 죽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지금까지 자신은 고문을 행했지 결코 대상이 되진 않았기에 이런 고통을 겪을 수 있음을 알지 못했다. 차라리 기억이라도 잃으면 좋을 텐데, 이 깔끔한 몸을 보라. 악마의 손길이 닿으면 다시 망가질 이 고통조차 모르는 몸을. 살아나는 게 역겨울 정도로 괴롭다고 인식을 했으니 죄책감도 생겨나지 않았다. 회개의 기도를 올리지도 않고 그저 멍하니 상처 하나 없는, 이곳에 오기 전의 복제된 손을 바라보았다.



 이 이후는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미치지 않고 선을 믿으며 악한 짓을 하지 않고 악마에게 죽여달라 애원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런 죽음을 몇 번이고 겪으면서도 살아있는 악마들이 신기할 정도로, 더는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고 싶진 않았다. 일어나려다가, 다시 만나자고 말하며 절 죽이던 악마의 얼굴이 떠올라 욕을 뱉으며 다시 엎어졌다. 이 곳에 와서 악마를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는 건 죄를 짓는 일인가, 적어도 잠시 쉬는 건 죄가 아니겠지. 그대로 몸을 움직여 정원의 구석, 호수가 잘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누웠다.



 신이시여, 부디 잠시 쉬는 동안에는 당신의 종이 시련에서 벗어나 쉬는 것을 용서하시고 지켜주시기를.

 그런 기도를 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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