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 두 번째 죽음 뒤 떠오른 의문에 대하여 (CoC 팬시나리오 죄의 연대기 스포일러)
모르포
25-09-03 17:20
9
건물에서 벗어나 걷다 보면, 아까까지 시끄럽게 귓가에 맴돌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다음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낙담하고, 누군가는 정말 진실로 슬퍼하고 있을 테다. 윤의서의 장례식,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평소처럼 웃고 떠드는 행위가 갑자기 지쳤기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적성 화파는 확실히 금이 가기 시작할 것이었다. 가온이 직접 무너트리거나 아니면 잠입 경찰의 소행으로 경찰들의 소탕작전 끝에 경찰과 적성, 둘 다 가온에게 집어삼켜지거나. 적성에 처음 들어와서 죽이고 싶은 자의 낯을 볼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지만, 결국 소속감이라는 게 참으로 웃긴 감정이라. 몇 년 동안 이야기를 하던 이들의 미래를 무너트린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이 뒤늦게 올라왔다. 누군가는 위선이라 비웃을 테지만, 무슨 상관이겠어.
이 모든 일의 시작인 6년 전 달빛 판자촌 사건. 이 사건에 대해서 직접 겪었거나 그 장소에 있었던 이들은 세 번째 살인이 일어나면 눈치챌 것이다. 이건, 원한에 의한 연쇄 살인 사건이라고. 다시 한번 속으로 되뇌었다. 한서율, 윤의서, 이혜선, ... 그리고 유상현과 최벽호. 앞의 셋과 다르게 늦게 속삭인 이유는 그들에게 크게 원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상현은 더욱, 더욱.... 팀장이라고 부르면서 친해질 대로 친해진 사이였으니까. '죽일 상대'에서 '팀장'으로 바뀌는 데에는 큰 사건이 필요하진 않았다. 그냥 쉽게, 자연스럽게.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하지만, 그조차도 이 모든 사건을 입막음하는데 동조한 이니까. 이 사건의 모든 원한이 풀리려면, 분명 그리해야 하는 게 맞았다. 분명히.
슬슬 밤공기가 몸을 휩쓸고 지나가는 게 추워질 정도로 밖에서 그런 생각들을 뱉고 있을 때, 뒤로 발자국 소리가 다가왔다. 죄책감 때문이라고는 말했지만, 어쨌든 지금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이 죄를 같이 감당하고 있는 사람, 이 범행의 공범. 모든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
"왜 이렇게 늦게 빠져나왔어? 추워 뒤지는 줄 알았네."
"누가 얇게 입고 나 오랬나, 자켓 줘?"
"그런 건 내가 춥다고 말하기 전에 미리미리 건네주는 거라고."
"오자마자 들은 게 그 소리인데 뭔...."
몰래 빠져나온 두 남녀. 드라마였다면 어떠한 밀회로도 비칠 수 있겠지만, 전혀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건 6년 전 사건과 관련된 살인의 진범과 공범이었으니. 그래도 역시 감옥은 나 혼자 가야겠다. 사내 놈이 아직 동정인데 감옥까지 갔다 오면 어떤 여자가 안기려고 들겠어. 딱히 남겨질 증거도 없으니까.
"뽀삐야, 시선이 불손하다."
"누가 뽀삐야 이 새끼야!"
"어, 사람 온다?"
"이씨, 하여튼! ... 다음은 이혜선이야. 경계가 심해서 타이밍을 고민했는데, 요즘 한서율 죽고 할 일이 급하게 많아지다 보니까 원래 있던 지병이 꽤 악화된 모양이야. 그래서 내일 하루는 오전만 처리하고 오후에는 집에서 쉰다고 했어. 오전에 순회 돈 다는데, 네가 가져온 클로로포름이 없어진 걸 알았을 테니 아주 바락바락 소리 지를 거고 집에선 비실비실 거리겠지! 정말, 죽이기 쉽겠네. 한서율과 윤의서는 방심시킬 수 있었지만, 그 여자는 영..."
"성격이 너랑 비슷하게 개 같지."
딱 떨어진 듯한 계획 짜기 좋은 동선. 피를 피로 갚는 이 행위를 누군가 돕고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럴 리가 없겠지만. 방금까지 죄책감이니 뭐니로 머리가 아팠던 머릿속을 적당한 계획으로 밀어 넣으면서 텐션을 끌어올렸다. 돌아가면 또 그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하니까.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박성태가 말한 것처럼 이혜선 이 여자는 경계심이 너무 많고 성격이 개 같아... 서.... .
"야! 누가 누구처럼 개 같아?!"
"사람 온다니까."
"이 새끼, 역시 저번에 못 맞은 정강이가 가려웠던 거지? 어?"
보기 좋게 다리를 움직여 저번에는 때리지 못한 정강이를 노렸으나, 이번에도 무리 없이 가볍게 피하는 모습에 열만 더 받았다. 아무리 건물에서 떨어진 곳이라지만 더 소리 지르면 정말 담배라도 피우러 나온 놈들이 제 목소리를 알아듣고 와서 이상한! 밀회 같은 소리를 지껄일 수도 있으니 애꿎은 바닥을 차고 말을 이었다.
"아무튼! 한서율하고 윤의서처럼 쉽게 흘러간다는 보장이 없어, 윤의서 때도 중구 후배들 때문에 위험했으니까. 한 명은 공포탄으로 주의를 돌리고, 한 명은 이혜선이 오기 전에 집안에 잠입해 있다가, 공포탄이 울리는 타이밍에... 목을 조르는 걸로. 쓸데없이 사람 많은 곳에 살고 있으니까 도망치려면 피가 안 묻는 게 좋아. ...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할게?"
의미 없는 질문. 박성태는 나처럼 복수를 하려는 사람이 아니니까. 언니랑 같은 시위대 소속이었던 사람. 그날, 진실을 듣고 복수하겠다고 말한 이후에 도와주겠다고 말한 말이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왜, 이 복수를 도와주려는 건지. 물론 이들을 살인하려는 계획에는 공범이 정말 필요했다. 특히 한서율은 경찰 측 인맥이 필요했으니. 그래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할 땐 별 생각 없이 도움을 받아들였지만…. 시위하다가 우리 언니한테 반했었나? 아니면 첫눈에 나한테....? 그때 정말 입다물면 괜찮다고 한 게 진짜였나. 하, 위험한 여자 좋아하면 오래 못 살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 좀 우쭐해지고 있을 때, 전혀 생각 못 한 대답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내가 할게."
"이 누나한테 너무 반하면 안 된ㄷ... ㅁ, 뭐?"
"내가 한다고."
내가 실수로 뱉은 헛소리에 뭐 하자냐는 듯이 작은 한숨이 이어지긴 했지만, 확실히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는 모양이었다. 다시 한번 더 자신이 하겠다는 의지를 듣고 나니까 오히려 말문이 막혀선. 이제 와서 왜냐고 물어보는 건 좀 그런가. 입을 뻐금거리면서 뱉을 말을 고르다가, 포기했다. 여기서 더 지체하기보다는 이 모든 게 끝나서, 대화할 시간이 생기면 그때 물어보면 되겠지. 자신도 힘이 부족한 편은 아니었지만 이혜선을 빠르게 살해하려면 힘이 더 좋은 이가 좋긴 했다. 정말, 쟤가 죽이게 하려고 이렇게 계획을 짠 게 아니었는데. 대답 없이 잠시 동안 올려다보면, 왜 답이 없냐는 말 대신 내려다보는 시선이 다가왔다. 가만 생각해 보면 알게 된 이후로 제일 성질 돋우는 놈도 얘고, 말문을 제일 막히게 하는 것도 얘네. 어쩐지 보는 것만으로도 성질이 올라와서 눈가를 점점 가늘게 좁히다가 피하듯 몸을 돌려버렸다.
"그러던지! 나중에 후회해도 난 모른다! 으, 추워. 나는 이만 들어갈 거니까 좀 이따 와. 자켓은 이따 줄게!"
그렇게 막무가내로 대답을 하고, 이 상황과 저 말에 대한 답이 들려오기 전에 발을 빠르게 움직여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건물 가까이 와서 뒤돌아보면 저를 따라오는 이는 없었고, 숨을 잠시 고르다 이제는 술판이 되어버린 듯한 장례식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곧 끝이 날 테니까.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복수를 마무리 짓는 것만 생각하자. 그게, 자신이 여기 있는 이유였으니까.
죄의 연대기가 끝나고 모든 의문이 풀릴 그날까지.
이 모든 일의 시작인 6년 전 달빛 판자촌 사건. 이 사건에 대해서 직접 겪었거나 그 장소에 있었던 이들은 세 번째 살인이 일어나면 눈치챌 것이다. 이건, 원한에 의한 연쇄 살인 사건이라고. 다시 한번 속으로 되뇌었다. 한서율, 윤의서, 이혜선, ... 그리고 유상현과 최벽호. 앞의 셋과 다르게 늦게 속삭인 이유는 그들에게 크게 원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상현은 더욱, 더욱.... 팀장이라고 부르면서 친해질 대로 친해진 사이였으니까. '죽일 상대'에서 '팀장'으로 바뀌는 데에는 큰 사건이 필요하진 않았다. 그냥 쉽게, 자연스럽게.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하지만, 그조차도 이 모든 사건을 입막음하는데 동조한 이니까. 이 사건의 모든 원한이 풀리려면, 분명 그리해야 하는 게 맞았다. 분명히.
슬슬 밤공기가 몸을 휩쓸고 지나가는 게 추워질 정도로 밖에서 그런 생각들을 뱉고 있을 때, 뒤로 발자국 소리가 다가왔다. 죄책감 때문이라고는 말했지만, 어쨌든 지금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이 죄를 같이 감당하고 있는 사람, 이 범행의 공범. 모든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해 준.......
"왜 이렇게 늦게 빠져나왔어? 추워 뒤지는 줄 알았네."
"누가 얇게 입고 나 오랬나, 자켓 줘?"
"그런 건 내가 춥다고 말하기 전에 미리미리 건네주는 거라고."
"오자마자 들은 게 그 소리인데 뭔...."
몰래 빠져나온 두 남녀. 드라마였다면 어떠한 밀회로도 비칠 수 있겠지만, 전혀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건 6년 전 사건과 관련된 살인의 진범과 공범이었으니. 그래도 역시 감옥은 나 혼자 가야겠다. 사내 놈이 아직 동정인데 감옥까지 갔다 오면 어떤 여자가 안기려고 들겠어. 딱히 남겨질 증거도 없으니까.
"뽀삐야, 시선이 불손하다."
"누가 뽀삐야 이 새끼야!"
"어, 사람 온다?"
"이씨, 하여튼! ... 다음은 이혜선이야. 경계가 심해서 타이밍을 고민했는데, 요즘 한서율 죽고 할 일이 급하게 많아지다 보니까 원래 있던 지병이 꽤 악화된 모양이야. 그래서 내일 하루는 오전만 처리하고 오후에는 집에서 쉰다고 했어. 오전에 순회 돈 다는데, 네가 가져온 클로로포름이 없어진 걸 알았을 테니 아주 바락바락 소리 지를 거고 집에선 비실비실 거리겠지! 정말, 죽이기 쉽겠네. 한서율과 윤의서는 방심시킬 수 있었지만, 그 여자는 영..."
"성격이 너랑 비슷하게 개 같지."
딱 떨어진 듯한 계획 짜기 좋은 동선. 피를 피로 갚는 이 행위를 누군가 돕고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럴 리가 없겠지만. 방금까지 죄책감이니 뭐니로 머리가 아팠던 머릿속을 적당한 계획으로 밀어 넣으면서 텐션을 끌어올렸다. 돌아가면 또 그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하니까.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박성태가 말한 것처럼 이혜선 이 여자는 경계심이 너무 많고 성격이 개 같아... 서.... .
"야! 누가 누구처럼 개 같아?!"
"사람 온다니까."
"이 새끼, 역시 저번에 못 맞은 정강이가 가려웠던 거지? 어?"
보기 좋게 다리를 움직여 저번에는 때리지 못한 정강이를 노렸으나, 이번에도 무리 없이 가볍게 피하는 모습에 열만 더 받았다. 아무리 건물에서 떨어진 곳이라지만 더 소리 지르면 정말 담배라도 피우러 나온 놈들이 제 목소리를 알아듣고 와서 이상한! 밀회 같은 소리를 지껄일 수도 있으니 애꿎은 바닥을 차고 말을 이었다.
"아무튼! 한서율하고 윤의서처럼 쉽게 흘러간다는 보장이 없어, 윤의서 때도 중구 후배들 때문에 위험했으니까. 한 명은 공포탄으로 주의를 돌리고, 한 명은 이혜선이 오기 전에 집안에 잠입해 있다가, 공포탄이 울리는 타이밍에... 목을 조르는 걸로. 쓸데없이 사람 많은 곳에 살고 있으니까 도망치려면 피가 안 묻는 게 좋아. ...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할게?"
의미 없는 질문. 박성태는 나처럼 복수를 하려는 사람이 아니니까. 언니랑 같은 시위대 소속이었던 사람. 그날, 진실을 듣고 복수하겠다고 말한 이후에 도와주겠다고 말한 말이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왜, 이 복수를 도와주려는 건지. 물론 이들을 살인하려는 계획에는 공범이 정말 필요했다. 특히 한서율은 경찰 측 인맥이 필요했으니. 그래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할 땐 별 생각 없이 도움을 받아들였지만…. 시위하다가 우리 언니한테 반했었나? 아니면 첫눈에 나한테....? 그때 정말 입다물면 괜찮다고 한 게 진짜였나. 하, 위험한 여자 좋아하면 오래 못 살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 좀 우쭐해지고 있을 때, 전혀 생각 못 한 대답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내가 할게."
"이 누나한테 너무 반하면 안 된ㄷ... ㅁ, 뭐?"
"내가 한다고."
내가 실수로 뱉은 헛소리에 뭐 하자냐는 듯이 작은 한숨이 이어지긴 했지만, 확실히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는 모양이었다. 다시 한번 더 자신이 하겠다는 의지를 듣고 나니까 오히려 말문이 막혀선. 이제 와서 왜냐고 물어보는 건 좀 그런가. 입을 뻐금거리면서 뱉을 말을 고르다가, 포기했다. 여기서 더 지체하기보다는 이 모든 게 끝나서, 대화할 시간이 생기면 그때 물어보면 되겠지. 자신도 힘이 부족한 편은 아니었지만 이혜선을 빠르게 살해하려면 힘이 더 좋은 이가 좋긴 했다. 정말, 쟤가 죽이게 하려고 이렇게 계획을 짠 게 아니었는데. 대답 없이 잠시 동안 올려다보면, 왜 답이 없냐는 말 대신 내려다보는 시선이 다가왔다. 가만 생각해 보면 알게 된 이후로 제일 성질 돋우는 놈도 얘고, 말문을 제일 막히게 하는 것도 얘네. 어쩐지 보는 것만으로도 성질이 올라와서 눈가를 점점 가늘게 좁히다가 피하듯 몸을 돌려버렸다.
"그러던지! 나중에 후회해도 난 모른다! 으, 추워. 나는 이만 들어갈 거니까 좀 이따 와. 자켓은 이따 줄게!"
그렇게 막무가내로 대답을 하고, 이 상황과 저 말에 대한 답이 들려오기 전에 발을 빠르게 움직여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건물 가까이 와서 뒤돌아보면 저를 따라오는 이는 없었고, 숨을 잠시 고르다 이제는 술판이 되어버린 듯한 장례식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곧 끝이 날 테니까.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복수를 마무리 짓는 것만 생각하자. 그게, 자신이 여기 있는 이유였으니까.
죄의 연대기가 끝나고 모든 의문이 풀릴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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