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백] 날개를 동경했으나 날 수 없는 신
모르포
25-09-24 18:53
3
태어날 때부터 능력 제어가 힘들었다. 천신들이 모여 사는 곳과는 동떨어진 어딘가에서 흰색 깃털들 사이에서 태어난 신. 이유 없이 하얀 새들이 계속해서 깃털을 버리고 가던 곳에서 청록색의 머리카락 색과 회색의 눈을 가진 신이 태어났다. 태어난 그는, 아이의 모습보다는 조금 큰,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능력 제어가 힘들었다. 깃털들에서 멀어져 바닥을 치니 땅이 파이고 일어나는 연습을 하려 나무를 잡으려고 할 때는 나무가 부러졌다. 그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다 보니 일을 처리하러 천제가 이곳에 파견됐다.
“ 허, 기이한 일이네. ”
부러진 나무들 사이에서 풀을 질겅거리다가 뱉으면서 멍하니 앉아있는 신, 본능적으로 남들에게 가면 안 되는 것을 알았는지 무엇인지 자신 외에 신을 처음 보는 그는 가만 보다가 그대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능력이 제어가 안 되고 강하다고 해봤자 아직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이 몇만 년을 산 신을, 게다가 천제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대로 붙잡힌 채로 기절하고 눈을 다시 떴을 때는 집이었다.
“ 움직이지 마라, 능력을 그런 식으로 써대니까 몸이 망가져 있지…. 쯧. ”
그는 이유는 모르겠으나 가만히 누워있었다. 계속해서 몸에서 올라오던 열기가 멈춘 것 같았다. 이제 옆으로 손을 뻗어도 아무것도 부서지지 않았다. 그게 답답하거나 기분이 나쁜 것보다는 기분이 좋아 히죽, 기분 좋게 웃었다.
그 뒤로 천제와 그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전쟁 중도 터질 위험도 없었던 평화로운 나날이기 때문에 싸우는 방법을 알게 될 필요는 없었으나 능력이 그런 힘이었기에 억지로 분출하게 해서 제어하는 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흙먼지에 뒤집어씌워 지고 천제가 일하러 나가면 멍하니 마루에 앉아있는 생활. 바깥이 궁금하지도 않았고 애초에 신이 천제 외에 있는지도 몰랐기에 그렇게 오천 년을 살아왔다. 몸이 어느 정도 자라고 인간으로 치면 17살 정도의 아이가 되었을 무렵에 능력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흥분하게 되거나 정신이 혼미해지면 바로 능력이 제어할 수 없어지지만, 처음 태어났을 때보다는 적어도 나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천제의 표정은 씁쓸하게 웃는 나날이 많았다.
신은 날 수 있다. 날개가 있는 것은 그저 외형적인 요소기 때문에 신이라는 입장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능력을 제어하면서 꼬일 대로 꼬여 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 나중에 능력이 정말 제어가 가능해지고 나이가 먹으면서 다시 날 수 있게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불가능했다. 천제는 고민했다. 어차피 자기가 주운 것이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 야, 네 이름이 뭐야? ”
“ 응? 없어. 이름이 뭐야? ”
“ 이름이 뭐냐고 묻는 건 이 천계를 통틀어서도 너뿐일 거다.. ”
“ 뭔데! ”
“ 너를 부르는…. 그, 음. 그런 거다. ”
“ 뭐야 그게, 그러면 내 이름은 야, 야? ”
“ 미치겠네……. 그럴 리가 없잖아. ”
그 뒤로는 언제나 말다툼이 조금 이어졌다. 결국, 그에게 이름의 의미를 이해하게 시켜주고서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줬다. 그리고 우백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냥 정말로 하얀 날개를 가진 새들이 모여 깃털을 만들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신이라는 이름이었다. 이름을 지어주고 나서는 대판 싸웠다. 그래도 천제와 가까워진 같은 느낌에 그는 조금은 기뻐졌다.
조금 더 크고 이 둘이 만난 지 거의 팔천 년이 지났을 때 드디어 궁금증이라는 것이 생겼는지 무엇인지, 자신에게는 없고 천제에게는 있는 것을 물었다. 날개의 유무였다. 천제는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날개를 펼치고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본 우백도 따라 하다가 급격하게 능력이 변이해가는 걸 느끼고서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천제는 말했다. 너는 날개가 없어서 날지 못한다고, 태어날 때부터 능력도 제어도 못 하고 반푼이구나. 인간이나 마찬가지구나. 이유는 모르겠으나 속에서 열이 올라온 우백은 그대로 지붕을 타고 올라가 공중에 있는 그 천신을 잡으려고 하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처음으로 자가회복이라는 것을 배운 날이었다.
“ 이 정도로 멍청이 일 줄 내가 정말 몰랐다. ”
“ 어떻게 하는지 알았으니까 다음번에는 잡아서 이 꼴 나게 해주지. ”
“ 고작 팔천 년 산 신한테 당하면 천제의 이름이 울겠다. 울겠어. ”
천제는 제안했다. 앞으로 하루에 한 번, 능력을 제어하고 나서는 싸우지 않았던 그 둘이었지만 대련을 시켜주겠다고 말을 했다. 대신 천제는 날개를 쓸 것이고 우백은 그런 천제를 한 대라도 때리면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는 것이었고 대신 진 대가로 지금껏 자신이 하던 집안일을 우백이 하게 하는 것이었다. 원하는 것이라는 말에 홀린 우백은 바로 알겠다고 승낙했고 그것이 약 육천 년 가까이에 이뤄진 마당쇠 우백의 시작점이었다.
애초에 날개가 있는 것을 날개가 없는 것이 어떻게 잡겠는가, 틈만 나면 천제는 날개 자랑을 해댔다. 우백은 열이 올라 걸레를 천제에게 던졌으나 돌아오는 대가는 자가회복이었다. 천제는 다들 이렇게 인성 버린 이들만 있느냐면서 매번 욕을 하면 그럴 리가 있나, 하며 천제는 웃었다. 정말 먹고 나서 자가회복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했던 요리만을 제외하고서는 우백은 천제에게 질 때마다 뭐든 했다. 몸이 인간의 기준으로 스무 살 정도가 되었을 때는 어딜 밤마다 싸돌아다니느냐는 우백의 말에 밤놀이를 알려줬다. 그렇게 우백이 태어난 지 만사천 년이 지났다.
“ 전쟁이 일어날 거 같다. ”
“ 전쟁? 누구랑? ”
“ 저번에 말해줬던, 우리랑은 다르게 땅굴에서 산다는 마신들 말이다. ”
“ 땅굴 신들? 왜? ”
“ .... ... 너, 내가 지금껏 알려줬던 역사는 다 까먹었지? 결국, 불공평해서 그렇겠지. ”
우백은 잘 이해하지 못했으나 천계와 마계의 상황은 좀 더 안 좋아졌고 물론 그 둘도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천제는 오랜만의 싸움에 들뜬 나머지 우백에게 지나칠 정도로 박아넣은 말을 기억하지 못했다. 날개가 없는 신은 날지 못한다. 천제에게 주먹보다는 무기가 더 쓰기 좋을 거라면서 검은 도끼를 받고 기뻐하던 다음날, 그것을 지휘관에게 말한 날. 천제들이 따로 쓸 수 있는 천막을 거칠게 열어젖힌 자가 있었다. 천제와 몇몇 천신들이 무슨 무례냐며 소리를 지를 때 천제는 손을 저어 다른 이들을 내보냈다.
“ 네가 분명 그랬잖아, 날개가 없는 신은 날지 못한다고! ”
“ 그걸 지금까지 믿은 너도 순진하다. 아무리 바깥에 관심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날개가 없든 있든 신은 날 수 있다. 너만 못 나는 거다. ”
“ 뭐? ”
그 말과 함께 우백은 천제에게 달려들었으며 그 날은 천제가 자가회복에 빠지게 되었다. 일부러 맞아준 것인지 무엇인지, 피투성이인 천제를 뒤로하고 떠난 우백은 전쟁터에 그대로 나갔고 날 수 있는 자를 상대로 하던 대련이었기에 그것을 받침 삼아 무시당하던 것보다는 잘 날아다녔고 매번 피투성이로 본진으로 돌아왔다.
전쟁이 지나가는 동안 천제와 우백은 따로 말 한마디도 만나지도 않았다. 가끔 천제와 천신으로 만날 때도 있었으나 그건 오로지 공적인 자리었다. 이어 하도 많은 마신을 처리하다 보니 방심한 우백이 마제에게 귀가 잘리고 그 자리가 불에 지져진 채 동료들에게 어떻게든 매달려 돌아온 그 날, 많은 천신이 어느 한 천막에 몰려있었다. 불안했다. 자가회복으로도 피가 멈추지 않는 귀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동료들의 손을 내치고서는 그 천막 안으로 들어간 순간에 보였던 것은 익숙한 옷과 몸, 하지만 매번 보던 얼굴과 날개가 없는, 천제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잘나게 웃는 표정도 자랑하던 날개도 뜯긴 채로 시체로 돌아왔다. 우백의 생에서 제일 깊게 관계를 맺은 신, 한없이 높았기에 최고신보다도 더욱 믿고 신에게 종교는 없었으나 아마도 인간들이 믿는 종교와도 같았던, 절대 죽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천제는 그렇게 죽었다.
“ 내 정말 하나뿐인 휴가를 이런 데다가 써야 하나, 어? ”
투덜거리면서 우백이 도착한 곳은 어느 큰 언덕 위 산들바람이 부는 곳이었다. 휴전이 이어지고 마지막 전쟁을 치르고 일에 정착해서 제법 순탄치는 않은 날들이 지나기는 하였으나 아마도 전쟁이 있던 날보다는 나았다. 우백은 부정했으나 천제가 죽은 뒤로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려던 그에게도 원하는 관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놓는다면 놓지 못할 연들이 생겼다. 아마도 그걸 깨닫는 것은 후의 일이 되겠지만.
“ 응? 내가 잘사는 꼴은 보여줘야 할 거 같아서 말이야, 여기서 태어났다고 했잖아. ”
혼잣말, 언덕 위에 주저앉은 우백은 꼬치 요리를 꺼내고 술 한 병을 꺼내 들었다. 중간계로 가는 휴가를 빼고서 온 곳이었다. 천제가 문득 지나가면서 했던 말, 천제는 바람이 부는 언덕 위에서 태어났다. 사실 그 뒤로 시체는 다른 곳에서 묻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우백은 잘 기억하지 못하니 무작정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 난 엄청나게 잘 지낸다! 그래서 언제쯤 환생할 거야, 다시 꼬마인 너를 놀려야 하는데. 다시 태어나기만 해봐라, 어, 평생 부려 먹어줄 거야. 나 대신 일 하게 시킬 거라고. 알아? ”
한참 동안 혼자 떠들고 마시고 꼬치 요리를 먹던 우백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환생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전쟁 때 죽은 이가 돌아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지만 글쎄, 원하는 이는 아니었다. 뭐, 아무렴 어떤가. 기지개를 한번 켜고서는 언덕을 내려가 천천히 우백은 자신이 머무는 곳으로 돌아갔다.
“ 허, 기이한 일이네. ”
부러진 나무들 사이에서 풀을 질겅거리다가 뱉으면서 멍하니 앉아있는 신, 본능적으로 남들에게 가면 안 되는 것을 알았는지 무엇인지 자신 외에 신을 처음 보는 그는 가만 보다가 그대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능력이 제어가 안 되고 강하다고 해봤자 아직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이 몇만 년을 산 신을, 게다가 천제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대로 붙잡힌 채로 기절하고 눈을 다시 떴을 때는 집이었다.
“ 움직이지 마라, 능력을 그런 식으로 써대니까 몸이 망가져 있지…. 쯧. ”
그는 이유는 모르겠으나 가만히 누워있었다. 계속해서 몸에서 올라오던 열기가 멈춘 것 같았다. 이제 옆으로 손을 뻗어도 아무것도 부서지지 않았다. 그게 답답하거나 기분이 나쁜 것보다는 기분이 좋아 히죽, 기분 좋게 웃었다.
그 뒤로 천제와 그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전쟁 중도 터질 위험도 없었던 평화로운 나날이기 때문에 싸우는 방법을 알게 될 필요는 없었으나 능력이 그런 힘이었기에 억지로 분출하게 해서 제어하는 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흙먼지에 뒤집어씌워 지고 천제가 일하러 나가면 멍하니 마루에 앉아있는 생활. 바깥이 궁금하지도 않았고 애초에 신이 천제 외에 있는지도 몰랐기에 그렇게 오천 년을 살아왔다. 몸이 어느 정도 자라고 인간으로 치면 17살 정도의 아이가 되었을 무렵에 능력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흥분하게 되거나 정신이 혼미해지면 바로 능력이 제어할 수 없어지지만, 처음 태어났을 때보다는 적어도 나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천제의 표정은 씁쓸하게 웃는 나날이 많았다.
신은 날 수 있다. 날개가 있는 것은 그저 외형적인 요소기 때문에 신이라는 입장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능력을 제어하면서 꼬일 대로 꼬여 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 나중에 능력이 정말 제어가 가능해지고 나이가 먹으면서 다시 날 수 있게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불가능했다. 천제는 고민했다. 어차피 자기가 주운 것이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 야, 네 이름이 뭐야? ”
“ 응? 없어. 이름이 뭐야? ”
“ 이름이 뭐냐고 묻는 건 이 천계를 통틀어서도 너뿐일 거다.. ”
“ 뭔데! ”
“ 너를 부르는…. 그, 음. 그런 거다. ”
“ 뭐야 그게, 그러면 내 이름은 야, 야? ”
“ 미치겠네……. 그럴 리가 없잖아. ”
그 뒤로는 언제나 말다툼이 조금 이어졌다. 결국, 그에게 이름의 의미를 이해하게 시켜주고서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줬다. 그리고 우백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냥 정말로 하얀 날개를 가진 새들이 모여 깃털을 만들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신이라는 이름이었다. 이름을 지어주고 나서는 대판 싸웠다. 그래도 천제와 가까워진 같은 느낌에 그는 조금은 기뻐졌다.
조금 더 크고 이 둘이 만난 지 거의 팔천 년이 지났을 때 드디어 궁금증이라는 것이 생겼는지 무엇인지, 자신에게는 없고 천제에게는 있는 것을 물었다. 날개의 유무였다. 천제는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날개를 펼치고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본 우백도 따라 하다가 급격하게 능력이 변이해가는 걸 느끼고서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천제는 말했다. 너는 날개가 없어서 날지 못한다고, 태어날 때부터 능력도 제어도 못 하고 반푼이구나. 인간이나 마찬가지구나. 이유는 모르겠으나 속에서 열이 올라온 우백은 그대로 지붕을 타고 올라가 공중에 있는 그 천신을 잡으려고 하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처음으로 자가회복이라는 것을 배운 날이었다.
“ 이 정도로 멍청이 일 줄 내가 정말 몰랐다. ”
“ 어떻게 하는지 알았으니까 다음번에는 잡아서 이 꼴 나게 해주지. ”
“ 고작 팔천 년 산 신한테 당하면 천제의 이름이 울겠다. 울겠어. ”
천제는 제안했다. 앞으로 하루에 한 번, 능력을 제어하고 나서는 싸우지 않았던 그 둘이었지만 대련을 시켜주겠다고 말을 했다. 대신 천제는 날개를 쓸 것이고 우백은 그런 천제를 한 대라도 때리면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는 것이었고 대신 진 대가로 지금껏 자신이 하던 집안일을 우백이 하게 하는 것이었다. 원하는 것이라는 말에 홀린 우백은 바로 알겠다고 승낙했고 그것이 약 육천 년 가까이에 이뤄진 마당쇠 우백의 시작점이었다.
애초에 날개가 있는 것을 날개가 없는 것이 어떻게 잡겠는가, 틈만 나면 천제는 날개 자랑을 해댔다. 우백은 열이 올라 걸레를 천제에게 던졌으나 돌아오는 대가는 자가회복이었다. 천제는 다들 이렇게 인성 버린 이들만 있느냐면서 매번 욕을 하면 그럴 리가 있나, 하며 천제는 웃었다. 정말 먹고 나서 자가회복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했던 요리만을 제외하고서는 우백은 천제에게 질 때마다 뭐든 했다. 몸이 인간의 기준으로 스무 살 정도가 되었을 때는 어딜 밤마다 싸돌아다니느냐는 우백의 말에 밤놀이를 알려줬다. 그렇게 우백이 태어난 지 만사천 년이 지났다.
“ 전쟁이 일어날 거 같다. ”
“ 전쟁? 누구랑? ”
“ 저번에 말해줬던, 우리랑은 다르게 땅굴에서 산다는 마신들 말이다. ”
“ 땅굴 신들? 왜? ”
“ .... ... 너, 내가 지금껏 알려줬던 역사는 다 까먹었지? 결국, 불공평해서 그렇겠지. ”
우백은 잘 이해하지 못했으나 천계와 마계의 상황은 좀 더 안 좋아졌고 물론 그 둘도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천제는 오랜만의 싸움에 들뜬 나머지 우백에게 지나칠 정도로 박아넣은 말을 기억하지 못했다. 날개가 없는 신은 날지 못한다. 천제에게 주먹보다는 무기가 더 쓰기 좋을 거라면서 검은 도끼를 받고 기뻐하던 다음날, 그것을 지휘관에게 말한 날. 천제들이 따로 쓸 수 있는 천막을 거칠게 열어젖힌 자가 있었다. 천제와 몇몇 천신들이 무슨 무례냐며 소리를 지를 때 천제는 손을 저어 다른 이들을 내보냈다.
“ 네가 분명 그랬잖아, 날개가 없는 신은 날지 못한다고! ”
“ 그걸 지금까지 믿은 너도 순진하다. 아무리 바깥에 관심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날개가 없든 있든 신은 날 수 있다. 너만 못 나는 거다. ”
“ 뭐? ”
그 말과 함께 우백은 천제에게 달려들었으며 그 날은 천제가 자가회복에 빠지게 되었다. 일부러 맞아준 것인지 무엇인지, 피투성이인 천제를 뒤로하고 떠난 우백은 전쟁터에 그대로 나갔고 날 수 있는 자를 상대로 하던 대련이었기에 그것을 받침 삼아 무시당하던 것보다는 잘 날아다녔고 매번 피투성이로 본진으로 돌아왔다.
전쟁이 지나가는 동안 천제와 우백은 따로 말 한마디도 만나지도 않았다. 가끔 천제와 천신으로 만날 때도 있었으나 그건 오로지 공적인 자리었다. 이어 하도 많은 마신을 처리하다 보니 방심한 우백이 마제에게 귀가 잘리고 그 자리가 불에 지져진 채 동료들에게 어떻게든 매달려 돌아온 그 날, 많은 천신이 어느 한 천막에 몰려있었다. 불안했다. 자가회복으로도 피가 멈추지 않는 귀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동료들의 손을 내치고서는 그 천막 안으로 들어간 순간에 보였던 것은 익숙한 옷과 몸, 하지만 매번 보던 얼굴과 날개가 없는, 천제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잘나게 웃는 표정도 자랑하던 날개도 뜯긴 채로 시체로 돌아왔다. 우백의 생에서 제일 깊게 관계를 맺은 신, 한없이 높았기에 최고신보다도 더욱 믿고 신에게 종교는 없었으나 아마도 인간들이 믿는 종교와도 같았던, 절대 죽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천제는 그렇게 죽었다.
“ 내 정말 하나뿐인 휴가를 이런 데다가 써야 하나, 어? ”
투덜거리면서 우백이 도착한 곳은 어느 큰 언덕 위 산들바람이 부는 곳이었다. 휴전이 이어지고 마지막 전쟁을 치르고 일에 정착해서 제법 순탄치는 않은 날들이 지나기는 하였으나 아마도 전쟁이 있던 날보다는 나았다. 우백은 부정했으나 천제가 죽은 뒤로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려던 그에게도 원하는 관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놓는다면 놓지 못할 연들이 생겼다. 아마도 그걸 깨닫는 것은 후의 일이 되겠지만.
“ 응? 내가 잘사는 꼴은 보여줘야 할 거 같아서 말이야, 여기서 태어났다고 했잖아. ”
혼잣말, 언덕 위에 주저앉은 우백은 꼬치 요리를 꺼내고 술 한 병을 꺼내 들었다. 중간계로 가는 휴가를 빼고서 온 곳이었다. 천제가 문득 지나가면서 했던 말, 천제는 바람이 부는 언덕 위에서 태어났다. 사실 그 뒤로 시체는 다른 곳에서 묻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우백은 잘 기억하지 못하니 무작정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 난 엄청나게 잘 지낸다! 그래서 언제쯤 환생할 거야, 다시 꼬마인 너를 놀려야 하는데. 다시 태어나기만 해봐라, 어, 평생 부려 먹어줄 거야. 나 대신 일 하게 시킬 거라고. 알아? ”
한참 동안 혼자 떠들고 마시고 꼬치 요리를 먹던 우백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환생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전쟁 때 죽은 이가 돌아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지만 글쎄, 원하는 이는 아니었다. 뭐, 아무렴 어떤가. 기지개를 한번 켜고서는 언덕을 내려가 천천히 우백은 자신이 머무는 곳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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